부동산시장이 총체적 난국에 직면하고 있다. 매매, 분양시장은 물론이고 그간 어느 정도 흥행을 거뒀던 보금자리주택마저 대거 미달사태를 맞이했다.

지난 5월 7일부터 25일까지 실시한 2차 보금자리주택 특별공급, 일반공급 사전예약 접수 결과 총 1만5,544호 공급(26~27일 실시한 기관추천 특별공급 2,967호 제외)에 3만1,485명이 신청해 평균 2.0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특별공급은 9,206호 공급에 1만9,319명이 신청해 평균 2.1대1의 경쟁률을 보였고, 일반공급은 6,338호 공급에 1만2,166명이 몰려 평균 1.9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평균 경쟁률만 보면 나름 선방한 것이지만 그 이면을 보면 결코 달가운 성적은 아니다.

2차 보금자리 6곳 중 서울 내곡지구와 세곡2지구, 구리 갈매지구에서만 미달이 없었을 뿐 남양주 진건지구, 부천 옥길지구 및 시흥 은계지구에서는 수요를 채우지 못해 1,333가구의 일반공급 잔여물량이 발생했다. 특별공급도 생애최초의 경우 서울 2곳을 제외한 나머지 4곳에서 미달이 발생했고, 신혼부부는 경기권 2곳에서, 3자녀 및 노부모 역시 경기권 3곳에서 미달이 발생했다.

보금자리 시범지구에서는 총 1만4,295호 공급에 5만8,914명이 신청해 평균 4.1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이중 일반공급은 평균 3.2대1, 특별공급에서 3자녀 9.7대1, 생애최초 6.0대1, 신혼부부 19.8대1을 기록했던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시범지구에서는 공급량이 많았던 하남지구 3자녀ㆍ노부모 우선공급에서 일부 미달이 발생했을 뿐이다.

관계부처에서는 2차 보금자리지구에 대한 청약률 저조 이유로 부동산시장 전반적인 침체와 경기도민의 서울지역으로의 청약 쏠림 등을 들고 있다. 물론 틀린 얘기는 아니다. 그러나 2차 보금자리에는 그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보금자리가 최소한 시범지구만큼의 인기를 지속하기 위해 유지되거나 선결되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먼저 가격경쟁력 확보 문제다. 2차 보금자리주택 추정분양가는 서울 강남권 2곳이 3.3㎡당 1140~1340만원, 남양주진건과 구리갈매지구 850~990만원, 부천옥길과 시흥은계지구 750~890만원으로 책정됐다.

시범지구 추정분양가(강남권 1030~1150만원, 고양원흥지구 800~850만원, 하남미사지구 930~970만원)에 비해 다소 상승한 가격일 뿐만 아니라 인근시세와 견주어볼 때에도 결코 만만치 않아졌다.

5월말 기준 강남 수서동 및 일원동 일대 3.3㎡당 평균 시세는 2100만원~2700만원으로 주변시세의 50~60% 정도에 보금자리주택이 공급돼 나름 가격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판단되고 있지만 기타 지역 여건은 이와 같지 않다.

남양주진건지구의 경우 보금자리 분양가가 인근 도농동 평균 시세가 3.3㎡당 1048만원의 85%에 이르고, 구리갈매지구는 인창동(평균 978만원)을 기준으로 할 때에는 오히려 보금자리 분양가가 더 높다. 중랑구 신내동(평균 1073만원)을 기준으로 해서야 그나마 90% 수준이다.

부천옥길지구는 인근 범박동 평균 시세 1041만원을 기준으로 할 때 82%~85% 수준이며, 시흥은계지구는 은행동 기준으로 90%~99%에 이른다. 보금자리주택 도입 당시 예정했던 주변 시세의 50%(강남권) 내지 70%(기타 지역)에 공급하겠다던 취지가 무색해졌다. 보금자리주택의 가장 강력한 무기인 가격경쟁력이 사라진 셈이다.

주택시장 침체 장기화로 집값 하락세가 지속되면 보금자리주택과 인근 주택과의 가격차는 더욱 좁혀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 보금자리주택 분양가를 시범지구 수준으로 대폭 낮추는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갈수록 보금자리에 대한 인기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입지경쟁력 확보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시범지구 보금자리주택이 가격이라는 측면을 벗어나 나름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기존 주택단지나 분양단지와의 입지경쟁에서도 결코 뒤쳐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도로ㆍ교통환경이나 친환경적 측면, 기존 주택가와의 인프라 공유, 신규 조정되고 있는 신도시나 택지개발지구보다 서울 도심에 가깝다는 특성 등 나름의 장점을 두루 갖추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보금자리 차수가 늘어나고 공급량이 늘어날수록 경쟁력 있는 택지 확보가 쉽지는 않겠지만 공급규모에 치중하기보다는 규모는 작아도 입지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경주해야 할 필요가 있다. 국민임대주택단지를 보금자리주택단지로 전환하는 등의 일련의 과정은 보금자리 청약시장 열기만 떨어뜨릴 뿐 계획했던 공급물량 채우기 이상의 의미를 부여할 수 없는 것과 다름없다.

희소성에 대한 문제도 있다. 시범지구 1만4,295호에 이어 2차지구에서는 1만8,511호(임대물량 포함)가 사전예약을 통해 공급됐다. 국토해양부 발표자료에 따르면 올해 10월로 예정된 3차 보금자리지구에서는 4만800호 정도가 사전예약을 통해 공급될 예정이다.

아무리 가격이 저렴하다고 해도 공급물량이 남아돌 정도로 넘친다면 가격에 대한 메리트를 상실하게 되고, 선택폭이 넓어진 만큼 더 좋은 입지를 찾아 기다리는 청약 대기수요자들이 늘어나기 마련이다. 공급 일정과 공급물량에 대한 조절이 필요한 대목이다.

공공과 민간 주택시장이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하는 것도 과제다. 작금의 주택시장 동향이나 2차 보금자리주택 청약 결과는 주택시장이 침체되면 보금자리도 결코 안전한 시장이 아니라는 교훈을 주고 있다. 어느 특정 시장만이 아니라 주택시장이 전반적으로 원활하게 흘러가는 상황이라야 비로소 보금자리주택도 조명 받을 수 있음을 되짚어주고 있는 셈이다.

일시적이고 무차별적인 공급 확대보다는 정확한 수요 예측에 따른 공급, 민간 분양물량 수급상황을 고려한 공급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기본적인 인식이 선행돼야 보금자리주택이 흥행을 지속할 수 있다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공급 확대를 통한 주택시장 안정이라는 대의명분아래 오히려 주택시장만 교란시키는 우를 범할 수 있다. 닥터아파트(www.drapt.com) 이영진 리서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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