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모 일간지에서 북한 경제가 어렵게 된 이유에 대해서 북한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심층 인터뷰 결과를 보여준 기사가 있었다. 그 기사를 읽는 순간 북한 경제가 지금의 한국 기업의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문득 드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현재 북한은 평양 등 대도시를 제외한 지방의 많은 공장이나 기업소는 이미 가동이 중단됐다고 한다. 더구나 석유나 전기 사정이 열악해 공장 가동이 안되더라도 출근을 강요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럼, 북한 경제가 우리나라 기업의 현실과 어떻게 다르지 않은지 몇 가지 통계결과를 살펴보도록 하자. 먼저 북한 경제가 어렵게 된 이유로는 응답자 100명 중 28명이 ‘과도한 군사비 지출’을 꼽았다. 다음으로 간부들의 관료주의(22명), 지도자를 포함한 정치적 문제(17명), 개혁 및 개방을 하지 않아서(13명), 미국의 경제 제재(7명), 사회주의 노선(4명) 등의 순서로 나타났다.



그럼, 한국기업의 경제 상황이 어렵게 된 이유를 살펴보자, 국내 대,중소기업의 임직원 1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 38%가 ‘경기침체’를 꼽았다. 다음으로 간부들의 관료주의(21%), 리더십 부재(18%), 조직문화(13%), 변화에 둔감(7%), 기타(3%) 등의 순서로 나타났다.  


북한 경제와 한국 기업이 어렵게 된 이유는 큰 틀에서 보면 동일하다. 즉, 외부환경의 변화보다 내부환경의 문제가 과반수 이상을 차지 하고 있다. 무엇보다 리더십 부재와 관료주의가 미래의 먹거리를 창출하지 못하고 현실에 안주하려는 성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북한 주민이 느끼는 빈부격차의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 살펴보자. 응답자 중 ‘격차가 크다’가 98%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격차가 조금 있다’는 2%로 극 소수의 인원이 응답했다. 어떤 응답자는 잘사는 사람이 10%, 중간층이 10%, 나머지 80%는 못사는 사람이라고 대답하기도 했다.


그럼, 한국 기업의 빈부격차는 어느 정도가 될까? 전체 응답자 중 68%가 ‘격차가 크다’라고 응답하였고, 다음으로 격차가 조금 있다(12%), 관심없다 또는 모르겠다(20%) 순으로 나타났다.

위 결과에서도 나타났듯이 북한 경제와 한국 기업에서 느끼는 빈부격차 및 양극화는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간부들은 이밥(입쌀밥)에 돼지고기 먹어도 백성들은 시래가 밥도 못 먹는다.”라는 북한 주민의 대답이 가슴 한구석을 저리게 만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제 마지막으로 북한 주민이 주체사상에 어느 정도 인식과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지 살펴보자. 응답자 100명 중 51명이 ‘북한 주민이 주체사상에 대해 매우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대답했고, 14명은 ‘약간 자부심을 갖고 있지 않다’고 해 ‘전혀 자부심을 갖고 있지 않다'(22명), ‘별로 자부심을 갖고 있지 않다'(13명)는 응답보다 2배 가까이 많았다. 한 응답자는 “자립적으로 남의 도움을 받지 않고 하는 것이고 자력갱생과 같은 말이기 때문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한국 기업의 구성원들이 느끼는 자부심 정도는 어떨까? 전체 응답자 중 ‘매우 자부심을 갖고 있다’는 12명, ‘약간 있다’ 22명, ‘별로 없다’ 43명, ‘전혀 없다’ 23명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별로 없다’와 ‘전혀 없다’의 응답은 전체 응답자의 과반이 넘는 66명으로 조직의 자부심을 느끼면서 일한다기 보다는 생계를 위한 단편적인 수단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 수치는 북한 주민이 주체사항에 대한 정도(35명)보다 두 배이상 높은 수치로서, 조직 구성원의 자부심 함양을 위한 방안 마련이 심각하다고 판단된다.

​지금까지 북한의 경제상황과 한국 기업의 구성원들이 느끼는 정도에 대해 비교해보았다. 물론 나라와 기업간의 비교는 여러 환경요인들과 차이가 있다. 하지만 폐쇄적인 북한의 경제상황과 비교해 한국 기업의 구성원들이 느끼는 정도가 비슷하거나 자부심 정도에서 현저하게 뒤쳐지는 모습은 한국 기업이 나아갈 역할과 책임이 무엇보다 심각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무엇보다 힘겹게 출근하는 모든 직장인들에게 돈벌이를 위한 생계형 수단을 넘어, 꿈과 도전을 성취할 수 있는 유토피아적 기업이 많이 늘어나기를 희망한다.


by.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 (ijeong13@naver.com) www.ggl.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