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금융회사에 재직 중인 김정환 씨(40)는 동료 직원들과 함께 3주에 한 번씩 회사 근처 스크린 야구장을 찾는다. 기존 타격 연습장과 달리 스크린에 뜨는 각종 기록을 보면서 동료들과 가벼운 내기를 즐길 수 있어서다. 골프도 즐긴다는 그는 골프장에 가기 어려운 겨울철뿐 아니라 봄·가을 주중에도 스크린 골프를 통해 샷감을 유지하고 있다. 김씨는 “현실과 비슷한 사용자 환경을 제공하는 데다 남자들이 좋아하는 게임 요소까지 갖추고 있어 즐길 만하다”고 말했다.

1990년대 중반 미국에서 시뮬레이터 기기를 이용한 교육용 프로그램으로 시작된 스크린 스포츠가 고급 스포츠의 대체물을 넘어 신(新)놀이문화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미국 골프전문매체 골프다이제스트에 따르면 한국 골프존의 스크린 골프장 수는 국내 4900개로 스타벅스 매장(1008개)의 다섯 배 가까이 된다. 해외 지점까지 합하면 5756개로 늘어난다. 골프에 이어 축구 야구 등은 물론 최근엔 볼링과 컬링, 심지어 낚시까지 스크린으로 즐기는 시대가 됐다.

산업연구원이 2017년 발표한 ‘국내 스크린 골프 시장 해부 보고서’에 따르면 스크린 골프 시장 규모는 2015년 이미 1조원을 넘어섰다. 스포츠업계에서는 전체 스크린 스포츠 산업 규모가 2007년 100억원대에서 지난해 5조원대까지 성장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2016년까지 5년간 매출 증가율 4.5%대를 보인 기존 스포츠산업을 압도하는 수치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