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높고 맑았지만 쌀쌀한 가을 날씨였다. 첫 티오프 때부터 팽팽한 긴장감이 맴돌았다. 2라운드 합계 8오버파로 선두를 달린 안영조씨(48 · 제조업)의 1번홀(파4) 드라이버샷이 벙커 앞에 떨어졌다. 두 번째 샷은 그린을 넘어가고 퍼트 실수까지 이어져 보기를 범하며 불안하게 출발했다. 3번홀(파5)에서 전날 공동 2위를 기록했던 이택수씨(46 · 제조업)는 티샷 OB에 이은 네 번째 샷이 벙커에 빠지는 등 무려 4타를 더 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졌다. 공동 2위인 김석수씨(44 · 알바트로스 지사장)는 9번홀(파4)에서 OB를 내는 바람에 트리플보기를 기록했다. 21일 경북 상주 모서면의 오렌지골프리조트(파72)에서 열린 '야마하배 한경 아마골프 랭킹전' 마지막날 챔피언조의 모습이었다.

챔피언조의 중압감이었을까. 안씨는 전날에 이어 이날도 6개의 티샷을 벙커에 빠뜨렸다. 하지만 두 번째 샷을 그린에 올리는 등 위기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플레이를 펼쳤다. 이날 10오버파 82타를 친 뒤 최종 합계 18오버파 234타를 적어내 우승을 차지했다. 시상식 때 최홍림 조갑경 정수라 이광기 안계범 등 야마하 연예인 골프팀이 참가,아마추어 골프 최고의 대회에 걸맞게 흥을 돋웠다. 안씨는 우승 직후 "대회 초반 날씨로 고전했고 후반에는 오른쪽 팔목이 좋지 않았는데 우승까지 하게 돼 기쁘다"며 "골프장과 동반자,캐디의 도움이라는 삼박자가 맞아떨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좀 더 연습해 내년에도 타이틀을 유지하겠다"고 덧붙였다.

참가자들의 스코어는 평소 핸디캡보다 5타 이상 더 나왔다. 국내 최고의 아마추어 골퍼를 뽑는 만큼 핀이 사흘 내내 가장 어려운 곳에 꽂혔기 때문이다. 코스 길이(7106야드)뿐 아니라 비교적 좁은 페어웨이와 언듈레이션(경사),그린 주변에 도사리고 있는 벙커는 실수를 용납하지 않았다. 게다가 순식간에 방향이 바뀌는 바람도 참가자들의 마음을 흔들어놨다. 이번 대회 유일한 언더파 스코어(71타)를 기록했던 김씨와 300야드에 달하는 드라이버샷 거리를 선보인 이씨도 마지막날 86타씩 칠 정도였다.

전 · 후반 39타씩 기록한 진성근씨(51 · 제조업)가 선두에 5타 뒤진 2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한경 아마골프 랭킹' 1위였던 진씨는 이날 120포인트를 보태 합계 390점으로 이번 대회에 참가하지 않은 장흥수씨(326점)를 제치고 2년 연속 랭킹 1위를 지켰다. 2005년부터 매겨온 한경 아마골프 랭킹은 한국미드아마골프선수권대회,부산MBC 전국아마추어골프대회,야마하배 한경 아마골프랭킹전 등 주요 아마추어 대회 상위 입상자에게 포인트를 부여해 50위까지 산정한다. 조희제(53 · 유통업) 신철호(39 · 자영업) 이택수 김석수씨 등이 공동 3위(24오버파 241타)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신철호씨는 예선전을 거쳐 본선에 진출,'톱3'에 드는 기염을 토해 눈길을 끌었다. 대회 주관사인 서울스포츠 관계자는 "그동안 잘 드러나지 않았던 아마추어 고수들이 대거 참가해 관심을 끌었다"며 "국내 아마추어골프 최고 대회라는 명성에 맞게 내년에는 좀 더 나은 대회를 만들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상주=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