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태극전사들이 강렬한 인상 때문에 접근하기 어려울 것 같던 홍명보(40) 감독을 바닷물에 빠뜨렸다.

200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8강 진출을 달성하고도 가나에 2-3으로 아깝게 져 4강 진출이 좌절된 한국 청소년 대표팀 선수들은 11일(한국시간) 모처럼 꿀맛 같은 휴식 시간을 얻었다.

선수들은 숙소인 이집트 수에즈 아인소크나의 스텔라디마레 그랜드호텔에 붙어 있는 모래사장으로 나가 일광욕과 해수욕을 하는 등 망중한을 즐겼다.

다음 날 귀국하는 선수들에게 빡빡한 경기 일정으로 쌓인 피로를 회복할 시간을 준 것이다.

홍명보 감독은 지원 스태프와 비치발리볼을 함께하며 긴장을 풀었고 선수들도 대형 고무 튜브로 만든 미니풀 안에서 5대 5 축구게임으로 시간을 보냈다.

선수들은 홍 감독이 잠시 의자에 앉아 쉬는 틈을 놓치지 않았다.

주장 구자철(20.제주)을 비롯한 선수들은 일제히 홍 감독에게 달려갔고 양팔과 다리를 잡아 꼼짝 못하게 한 뒤 머리 위로 들어올려 수에즈만이 바라보이는 홍해 바닷물 속으로 들어갔다.

선수들은 "(물속으로) 더 들어가, 담갔다 뺐다 해"를 연호했고 배꼽 높이의 수심까지 다다르자 홍 감독을 번쩍 던져 물속에 빠뜨렸다.

홍 감독은 반항하지 않았고 선수들의 친근감 있는 행동에 싫지 않은 기색이었다.

유니폼 상·하의가 흠뻑 젖었지만 오랜만에 밝은 표정으로 선수들의 장난기 어린 행동을 즐겼다.

앞서 미국과 조별리그 3차전에서 3-0으로 이긴 후에는 서정원 코치가, 파라과이와 8강 3-0 대승 뒤에는 김태영 코치가 선수들의 깜짝 이벤트로 수영장에서 던져졌다.

하지만 그때마다 홍 감독은 눈치를 채고 자리를 떴으나 이번에는 피할 수 없었다.

한편 선수들은 호텔 내 수영장에서도 캡틴을 맡았던 구자철과 몸 개그로 긴장을 풀어줬던 김태영 코치를 물속에 던지는 이벤트를 또 한 번 연출하기도 했다.

(수에즈<이집트>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chil881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