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대표팀이 '가상의 유럽팀' 호주를 상대로 짜임새 있는 조직력과 효과적인 득점으로 효과 만점의 승리를 챙겼다.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5일 마포구 성산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치러진 호주와 평가전에서 박주영(AS모나코)-이정수(교토)-설기현(풀럼)의 릴레이 골이 터지면서 3-1로 완승했다.

대표팀이 최근 경기에서 3골 이상 터트린 것은 지난해 10월15일 투르크메니스탄과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에선 1차전에서 4-0 대승을 거둔 이후 11개월 만이다.

특히 이날 승리가 값진 것은 A매치 일정을 놓고 축구협회와 프로연맹이 대립각을 펼치면서 해외파 선수만 먼저 '반쪽 훈련'을 시작하는 우여곡절에도 오히려 끈끈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다득점에 성공했다는 점이다.

더불어 10명의 해외파 선수를 골고루 출전시켜 국내파 선수들과 조화는 물론 공격수-미드필더-수비수의 '최적 조합'까지 실험한 것과 간결한 패스를 통해 다득점한 것은 최고의 성과물이다.

◇다양한 조합 실험 '보약'
허정무 감독이 이날 가장 신경을 쓴 부분은 스트라이커 조합이다.

지난달 파라과이 평가전에서 이근호(이와타)-이동국(전북) 조합을 실험했던 대표팀은 이날 호주와 경기에선 박주영-이동국 조합을 먼저 내보냈다.

허 감독의 주문에 맞춰 박주영과 이동국은 적절하게 역할을 분담했다.

박주영이 분주하게 움직이면서 공간을 찾아 들어가면, 이동국이 볼을 내주는 분업을 완성한 것.
전반 18분 이동국의 헤딩 패스를 받은 박주영이 날카로운 슛으로 골을 노린 게 가장 호흡이 잘 들어맞았던 순간이다.

여기에 이청용(볼턴)의 정확한 찔러주기 패스까지 가세하면서 공격진의 파워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허 감독은 후반 들어 이동국 대신 설기현을 투입해 박주영과 호흡을 맞추게 했고, 설기현은 후반 41분 헤딩으로 쐐기골을 터트리며 '올드보이'의 자존심을 지켰다.

김대길 KBS N 해설위원은 "이동국은 파라과이전 때보다 날카롭고 움직임도 좋았다.

더불어 박주영과 이정수 역시 최고의 기량을 보여줬다"라며 "선수들이 감독의 전술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라고 칭찬했다.

미드필드 조합은 기성용(서울)-김정우(성남) 조합이 건재함을 과시했다.

기성용은 전반전에 세트피스 키커를 전담하면서 날카로운 프리킥으로 공격의 날카로움을 더했고, 김정우는 공격 가담에 나선 기성용의 백업을 제대로 해주면서 중원의 공백을 메웠다.

후반부터 가동한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조원희(위건) 조합과 조원희-김남일(고베) 조합은 전반전보다 상대적으로 수비에 치중해 호주의 공세를 막아냈다.

◇박지성 시프트 '변화무쌍'
이날 평가전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박주영 시프트'였다.

허 감독은 지난 4일 기자회견을 통해 "박지성처럼 어떤 포지션에 서더라도 자신의 역할을 잘해낼 수 있는 선수가 있으면 좋다"라고 밝혔다.

사령탑의 기대에 걸맞게 왼쪽 날개로 선발출전한 박지성은 후반부터 중앙 미드필더로 이동했고, 후반 막판 이근호가 투입되면서 오른쪽 날개로 옮겼다.

박지성은 왼쪽 날개로 먼저 나섰지만 사실상 '프리 롤'을 맡아 측면과 중앙을 자유롭게 옮겨가면서 공격의 시발점 역할을 충실히 했고, 후반 41분 왼쪽 측면 돌파로 설기현의 골에 도움을 줬다.

더불어 '강철 체력'을 앞세워 공격에 가담하고 나서 1차 수비 저지선 역할까지 하고, 공세를 당할 땐 수비 역할까지 제 몫을 다하는 멀티플레이어의 전형을 보여줬다.

'박지성 시프트' 덕분에 허 감독은 설기현과 염기훈(울산)을 경기에 투입하고, 미드필더에서 김남일-조원희 조합도 맞춰볼 기회를 얻었다.

김대길 해설위원은 "특별히 흠 잡을 데가 없는 경기였다.

조직력도 좋고 선수들끼리 간격이나 패스의 속도도 좋았다.

합격점을 받기에 부족함이 없다"라고 평가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