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경찰 소환 조사를 마친 후 배우 유아인/사진=뉴스1
1차 경찰 소환 조사를 마친 후 배우 유아인/사진=뉴스1
"비공개 소환을 요청했고, 경찰 역시 이에 동의했다.…출석 일정이 공개된 상황에서도 유아인은 조사에 임하고자 했고, 변호인은 이미 일정이 공개된 상황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비공개 소환의 원칙에 맞도록 다른 경로로의 출입 등 가능한 조치를 취하여 달라고 요청했으나 경찰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배우 유아인이 지난 11일 그의 마약투약혐의와 관련한 2차 소환 조사를 위해 서울지방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를 찾았다가 취재진을 보고 되돌아간 후 그의 법률대리인이 밝힌 입장문 중 일부다.

프로포폴 과다 투약 의혹이 처음 불거진 후 소속사를 통해 수차례, 1차 소환 조사를 받고 이후 취재진 앞에서 한 번, 직접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또 한 번 직접 입장을 밝혔을 때도 몇번이나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다"고 밝힌 유아인이지만, '비공개소환'이라는 조건을 맞춰주지 않으면 경찰 소환에 응할 수 없다는 의지를 벌써 두 번째 보여주고 있다. 유아인은 지난 3월에도 첫 소환 일정이 알려진 후 "사실상 공개소환"이라는 이유로 조사 일정 변경을 요청했다.
11일 오전 경찰에 출석해 마약투약 혐의를 조사받기로 했던 배우 유아인(본명 엄홍식)이 마포청사 인근까지 왔으나 취재진을 보고 다시 돌아간 것으로 전해졌다./사진=뉴스1
11일 오전 경찰에 출석해 마약투약 혐의를 조사받기로 했던 배우 유아인(본명 엄홍식)이 마포청사 인근까지 왔으나 취재진을 보고 다시 돌아간 것으로 전해졌다./사진=뉴스1
유아인의 법률대리인 측은 비공개 소환에 대한 법적 근거로 '경찰수사사건 등 공보에 관한 규칙' 제4조, 제13조, 법무부 훈령 '형사사건의 공보에 관한 규정' 제20조 등을 언급했다.

'사건관계자의 명예, 사생활 등 인권을 보호하고 수사내용의 보안을 유지하기 위하여, 수사사건 등은 그 내용을 공표하거나 그 밖의 방법으로 공개해서는 아니된다', '경찰관서의 장은 소환, 조사, 압수·수색, 체포, 구속 등의 수사과정이 언론이나 그 밖의 사람들에 의하여 촬영·녹화·중계방송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사건관계인의 출석 일시, 귀가 시간 등 출석 정보를 공개해서는 안된다' 등의 내용이다.

하지만 유아인은 대중의 사랑으로 상당한 부와 명예를 얻은 공인이며, 이미 그의 모발에서 프로포폴과 대마, 코카인과 케타민 등 총 4종의 마약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고, 유아인의 의료기록에서 향정신성의약품인 졸피뎀이 의료 이외 목적으로 처방받은 정황이 포착됐다는 점에서 "공인의 책임을 스스로 저버리고, 위법 행위를 한 유아인이 법을 운운하며 경찰과 협상을 하려 하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공개소환'이라는 이유로 반복해서 경찰 소환에 불응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에 "'성실하게 조사받겠다'는 자기 말을 스스로 뒤집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왜 유아인을 구속하지 않냐"는 의견도 흘러나온다.

특히 유아인의 마약 투약 의혹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21년부터 그가 복수의 병원에서 프로포폴을 상습 투약한 정황을 포착,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면서 드러났다는 점에서 더욱 충격을 안겼다.

유아인은 1차 소환 조사에서 12시간 조사를 받으면서 일부 혐의를 제외한 나머지 혐의에 대해서는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유아인을 비롯해 주변 인물들에게까지 수사 반경을 확대한 상황이다. 유아인의 변호인은 " 경위는 알 수 없으나 경찰과 변호인 간의 추가적인 협의 과정 조차 실시간으로 기사화되고, 마치 유아인이 단지 취재진을 이유로 출석을 거부하는 것처럼 왜곡된 기사가 보도되고 있다"고 밝혔지만, 경찰 관계자는 이 부분에 세세히 대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유아인의 수사 상황에 따라 구속영장 신청을 고려한다고 밝혔던 만큼, 경찰이 공개소환 불응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유아인을 상대로 구속영장을 신청할지 여부에 이목이 쏠리는 상황이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