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학교 학생회관 내 구내식당에서 판매하는 천원의 아침밥. 뉴스1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학교 학생회관 내 구내식당에서 판매하는 천원의 아침밥. 뉴스1
대학 학생 식당이 아침부터 학생들의 줄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식당이 문을 연 지 30분도 안 돼서 준비된 음식 100인분이 동났다. 바로 '천원의 밥상' 때문이다.

'천원의 밥상'은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가 주최하고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이 주관하고 있다. 올해 이 사업에 참여한 대학은 40여곳에 달한다. 물가가 저렴하다는 대학 구내식당에서도 대부분 한 끼 식사가 3000~6000원 선에 제공되는 것을 감안하면 매우 싼 가격이다.

'1000원의 기적' 뒤에는 농림식품부와 학교의 지원이 있다. 농식품부가 1000원을 지원하고, 학생이 1000원을 내면 나머지 금액은 학교가 보조하는 형식이다. 다만 한정된 예산으로 수량에는 제한적이다.

'천원의 밥상'은 아침 식사 결식률이 높은 대학생에게 1000원으로 규칙적인 아침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서 마련됐다.
천원에 아침식사를 하고 있는 경희대 학생들. /사진=뉴스1
천원에 아침식사를 하고 있는 경희대 학생들. /사진=뉴스1
지난해 고물가로 학생들의 식비 부담이 커지면서 학생들 사이 큰 인기를 불러 모으고 있다. 대학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가성비가 좋다", "편의점 도시락보다 싸고 더 맛있다", "고기반찬이 있는데 천 원이라니 말이 안 된다" 등의 긍정적 반응이 대부분이다.

얼마 전 1000원을 내고 식사했다는 서울대 재학생 고모 씨(25)는 "조식 시작 시각인 8시 전부터 오픈런해야 먹을 수 있다길래 와봤더니 실제로 줄을 20분 넘게 섰다"며 "기다려서 먹더라도 이 가격대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식사"라고 전했다.

고려대는 지난 20일 이 사업을 시작했다. 시행 첫날 아침 8시께부터 교내 두 곳에 있는 학생 식당을 찾은 학생들이 700여명에 달했다는 게 학교 측의 설명이다.
'천원의 아침밥'을 기다리는 경희대 학생들. /사진=뉴스1
'천원의 아침밥'을 기다리는 경희대 학생들. /사진=뉴스1
지난 13일 이 사업을 시작한 경희대에서도 판매 시작 시각 30분 전부터 긴 대기 줄을 보였다. 경희대 재학생 문모 씨(23)는 "미대에 재학 중이라 밤샘 작업을 할 일이 많은데, 밤새고 딱 7시경에 식사하러 달려갔다"며 "요즘 물가도 비싸 아침은 더 거르게 됐는데, 싼 가격에 식사를 할 수 있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농식품부가 28개교에서 학생 543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천원의 아침밥이 계속됐으면 좋겠다'는 응답자 비율이 98.7%에 달했다. 이 사업을 통해 '아침밥의 중요성을 느꼈다'는 응답도 91.8%에 육박했다.
지난  20일 오전 서울 고려대학교 학생 식당에서 한 학생이 ‘천원의 아침밥’을 구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0일 오전 서울 고려대학교 학생 식당에서 한 학생이 ‘천원의 아침밥’을 구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각에서는 1000원이라는 낮은 가격으로 구성되는 탓에, 고른 영양 섭취가 가능하냐는 의문도 제기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권준엽 농림축산식품부 식량산업과 사무관은 지난 16일 'YTN 뉴스라이더'에서 "1000원의 아침밥 식단은 3500원에서 5000원 상당으로 구성된다"며 "밥, 국, 서너 가지 반찬, 계절과일 등 영양과 균형을 고려해서 다양한 메뉴를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이 사업에 참여한 대학은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지역 11개교, 강원 4개교, 대전·충청 6개교, 대구·부산·울산·경상 12개교, 광주·전라 8개교 등 41개교다.

전한영 농식품부 식량정책관도 "1000원의 아침밥 사업 취지에 맞게 건강한 식습관 형성으로 쌀 소비를 늘리는 동시에 고물가 시대에 학생들의 식비 부담을 덜어주겠다"며 "사업을 지속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