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 게시판에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다가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를 비판하는 대자보가 부착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28일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 게시판에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다가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를 비판하는 대자보가 부착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신임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던 정순신 변호사가 아들의 학교 폭력 문제로 사임했지만, 여론은 갈수록 싸늘해지는 분위기다. 특히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모임인 맘카페들을 위주로 분노가 들끓고 있다.

28일 경기 화성지역 학부모들이 다수 모인 한 포털사이트 커뮤니티에는 '정순신 아들의 학교폭력 사건, 이젠 무력감이 느껴진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분노를 넘어서서 무력감마저 느낀다"며 "피해자는 인생을 송두리째 빼앗겼는데 가해자는 자기 살 길 잘 살아가니, 피해자 부모의 심정은 어떨지…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누구도 이런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교 폭력 가해자는 아예 상급학교에 진학하지 못하게 하는 등의 강력한 조치가 있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덧붙였다.

이 게시글엔 "그들만의 무서운 세상 같다", "피해자는 학업 포기하게 만들고, 가해자인 자신의 아들은 로스쿨 거쳐 법조인 만들려고 했나", "학교 폭력이 중범죄임을 확실히 할 수 있도록 기록이 평생 따라다녔으면 좋겠다" 등 의견이 달렸다.

경기 용인 수지지역 학부모들이 모인 커뮤니티에서도 "학교 폭력을 저지르고도 번듯한 대학과 직장을 가지는 이들이 수도 없이 많으니, 악순환의 반복", "자식이 민사고에 들어갔다고 누구보다 자랑스러워 했을 부모와 아이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부모 힘 없으면 제대로 나설 수도 없는 현실을 한탄해야 하나 싶다", "학교폭력 가해자가 서울대에 로스쿨이라니, 다시는 이런 불상사는 없도록 본보기를 만들어야 한다" 등 의견이 올라왔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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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교사들이 모인 커뮤니티에서도 비판적 여론이 이어졌다. 교사들은 "더글로리보다 더하다. 그나마 드라마는 인과응보나 권선징악이 통하는데…현실은 더 억울하고 분하다", "제대로 공부하고 평범하게 살아가는 게 이렇게도 힘들 일이냐", "서울대 입학도 취소했으면 좋겠다", "이 소식에 마음이 아프고 화가 나서 며칠 잠을 못잤다. 피해 학생이 상처를 털어내고 이겨냈으면 좋겠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편 새 국수본부장에 임명됐던 정순신 변호사는 아들의 학교폭력 문제가 불거지면서 임기 시작을 하루 앞둔 지난 25일 사의를 표명했다. 정 변호사는 당시 입장문을 통해 "아들 문제로 국민들이 걱정하시는 상황이 생겼고 이러한 흠결을 가지고서는 국가수사본부장이라는 중책을 수행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국가수사본부장 지원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앞서 정 변호사의 국수본부장 임명 직후 아들이 고등학교 재학 시절 학교 폭력 가해자라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017년 한 자립형사립고에 다니던 정 변호사의 아들은 동급생에게 8달 동안 언어폭력을 가해 이듬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의 재심과 재재심을 거쳐 전학 처분을 받았다. 피해 학생은 정신적 고통으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등 정상적인 학업 생활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