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해고 인정 땐 변호사비용은 사용자 부담" 법원 판결 이어 입법으로 못박는다
대학병원에서 매년 계약을 맺고 의사로 일해온 A씨. 2003년부터 근무해온 병원에서 2018년 재계약을 거부하자 A씨는 부당해고라며 인천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내 복직했습니다. 그러나 이듬해 병원이 다시 재계약을 거부하자 재차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냈고 지노위와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모두 구제명령을 내렸습니다.

A씨는 중노위 구제명령과 별개로 노동위원회 심판과정에서 변호사 선임비용으로 2400여만원을 썼다며 대학병원을 상대로 반환소송도 제기했습니다. 이에 법원은 지난달 A씨가 지출한 2400여만원 중 1700여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습니다. "사용자의 부당해고로 근로자가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는 과정에 변호사의 도움을 받느라 비용을 지출한 경우, 사용자는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는 게 판결 요지였습니다.

이번 판결을 두고 노동계는 물론 법조계에서도 부당해고를 인정받은 근로자가 변호사나 노무사에게 지출한 비용을 사용자에게 청구할 수 있다고 본 첫 판결이라고 의미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민사소송법에는 재판에 진 사람이 상대방의 변호사 비용과 인지대 등 소송비용을 부담하도록 하는 규정이 있지만, 근로기준법이나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에는 관련 규정이 없기 때문입니다.

해당 사건에 대한 2심 법원 판결에 사용자와 근로자 모두 상고를 하지 않아 판결이 확정된 이후 국회에서는 아예 입법으로 못을 박자는 움직임도 나왔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원대부대표인 양경숙 의원은 지난 13일 근로기준법과 노조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소송 전 단계인 노동위원회 심판에서 근로자가 해고, 휴직, 정직, 감봉 등 부당해고 등이 인정된 경우 사용자가 근로자의 법률비용을 부담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입니다. 뿐만 아니라 양 의원은 한발 더 나아가 근로자의 노조활동을 방해하는 부당노동행위가 인정된 경우에도 노조 또는 근로자의 변호사 비용을 사용자가 부담하도록 하겠다는 내용도 개정안에 담았습니다.

양 의원은 개정안 발의에 부쳐 "부당해고 등을 당한 근로자들이 법률적 지식이 부족하거나, 경제적 부담으로 구제를 받지 못하는 안타까운 경우가 없길 바란다"며 "열악한 위치에 있는 근로자, 노동조합이 변호사나 노무사 등 전문가의 조력을 받을 기회가 적극적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법안 취지를 설명했습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2020~2022년 11월 노동위원회에 접수된 부당해고 등에 관한 사건은 총 3만7888건에 달합니다. 이 가운데 부당해고 등에 대해 근로자의 구제신청을 노동위원회가 인용한 사건은 4821건입니다. 연간 1600건 안팎이 근로자가 사용자를 상대로 변호사(노무사) 비용을 청구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부당노동행위도 같은 기간 접수된 사건은 2957건, 이 중 인용된 건수는 244건입니다.

법원 판결에 이은 노조법 등 개정안이 현장의 노사 갈등을 줄이는 계기가 될지, 혹은 소송비용을 둘러싼 갈등 확산의 트리거가 될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백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