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우 서울산업진흥원 대표는 1일 “10년 뒤, 20년 뒤 서울을 이끌 새로운 기업과 산업에 적극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산업진흥원  제공
김현우 서울산업진흥원 대표는 1일 “10년 뒤, 20년 뒤 서울을 이끌 새로운 기업과 산업에 적극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산업진흥원 제공
“지금도 10년 뒤, 20년 뒤 서울의 산업을 이끌 무언가가 잉태되고 있다.”

취임 1주년을 맞은 김현우 서울산업진흥원 대표는 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누군가 미래를 고민하고, 마중물을 부어준다면 서울이 더 건강하고 좋은 도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스톤창업투자, 리딩인베스트먼트 등에서 대표를 지낸 김 대표는 셀트리온 등에 투자해 성공을 거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서울산업진흥원에서도 새롭게 성장하는 기업과 산업을 찾고 키우기 위해 ‘미래혁신단’을 만들었다. 서울의 유니콘 기업을 집중 육성해 그 기업들이 산업과 도시 경쟁력을 높이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하도록 하는 게 목표다.

특히 관심을 가진 분야는 세 가지다. 급변하는 산업 지형 속 서울의 미래를 이끌어갈 유망 산업과 기업을 발굴하는 ‘미래혁신 신사업 기획’, ‘기업의 디지털 전환(DX) 지원’, ‘미래혁신 기업 대상 투자지원’ 등이다. 김 대표는 “10~20년 동안 꿈만 꿀 수 있는 조직이 있어야 미래를 그릴 수 있다”며 “후임 대표에게도 이 조직만큼은 절대 없애지 말라고 부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울산업진흥원이 그간 산업을 ‘진흥’하지 않고 ‘지원’만 하는 사례가 많았던 게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지원금이 없으면 자생할 수 없는 기업이 많았다. 앞으로 이런 기업은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서울의 미래 먹거리를 만들기 위해선 성장할 기업에 투자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취임 후 가장 중점을 둔 것은 내부 소통이다. 전 직원 대상 간담회를 했고, 전 직원과 밥을 먹고 부서 워크숍마다 참여했다. 김 대표는 “대표가 어떤 생각, 철학을 가지고 일하는지 본부장들은 알지만 일반 직원들은 알 수 없다”며 “필요 없는 오해와 소문을 막으려면 소통을 잘해야 한다고 본다”고 했다.

그는 역량이 충분한 직원들에게 ‘성공 경험’을 쌓게 해주려 노력하고 있다. 뷰티산업본부가 대표적인 사례다. 폐지를 검토하던 중소기업 지원 사업을 뷰티산업본부로 바꿨다. 중소기업 제품을 홍보하는 대신 이를 전시할 공간에 신경 썼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 1220㎡ 규모의 서울뷰티패션 라운지 ‘비더비’를 조성했다. SNS에 올리고 싶을 만한, 찾아오고 싶은 공간을 꾸미고 중소기업 제품을 전시했다. ‘핫한 공간’이 되자 저절로 제품도 입소문을 탔고 매출이 증가했다. 김 대표는 “두 달 만에 매출 78억원의 사업으로 성장했다”며 “직원들도 이렇게 바꾸면 성과가 나는구나 하는 경험을 했고, 이것이 하면 된다는 조직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뷰티·패션산업에 대한 김 대표의 관심은 각별하다. 특히 동대문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했다. 30만 명의 산업 종사자, 10만 개의 매장, 소비부터 생산, 원단과 부자재까지 한 지역에 있는 세계에서도 보기 드문 ‘패션산업의 집적지’이기 때문이다. DDP 디지털 쇼룸을 만들어 동대문의 제품을 판매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 단순한 판매가 끝이 아니다. 키가 큰 사람은 어떤 색을 선호하는지, 머리가 긴 사람은 어떤 디자인을 더 많이 사는지 등 물건을 사는 사람들의 정보를 데이터로 쌓아 마케팅뿐 아니라 제품 개발에도 활용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명품산업으로 밀라노를 이길 순 없겠지만 기술과 데이터를 결합하면 가능성이 있다”며 “이런 투자와 데이터 수집은 공공부문에서 해줘야 하는 일”이라고 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