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한 고교의 집단 얼차려. / 사진=연합뉴스
강원도 한 고교의 집단 얼차려. / 사진=연합뉴스
강원도의 명문 공립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교사에 의해 단체로 얼차려를 받는 모습이 공개돼 논란이 일고 있다.

15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지난 7일 오후 2시 20분께 강원도의 A 고등학교 본관 중앙현관 앞에서 급식 당번을 맡았던 학생 30여 명이 교사에 의해 '엎드려뻗쳐' 얼차려를 받았다.

급식 봉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게 얼차려 이유였던 것으로 전해지는데, 얼차려는 전교생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뤄졌다고 한다. 충격에 빠진 학생들은 사진을 찍어 학교 커뮤니티 등에 올리며 "똥군기"라고 비판했다.

A 고교의 한 학생은 "학교 분위기가 강압적이고 일방적이며 학생들의 자율성을 존중하지 않는다"며 "얼차려를 실시한 교사는 학교생활에 많이 관여한다.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며, 학교 분위기가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또다른 학생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급식 지도 상황이 어지러웠다는 이유로 단체 얼차려, 지금이 80년대냐"고 올렸다.

A 고교 측은 아동학대(아동복지법) 혐의로 신고했으며, 시청과 경찰이 함께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교장은 "군인도 단체 얼차려를 못 하는데 잘못됐다"며 "얼차려를 지켜본 아이들은 불만스러웠지만, 체벌받은 학생들은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담당 교사는 말로 해도 될 것을 행동으로 보인 데 대해 후회하고 있다"고 했다.

학생 체벌 자체는 잘못됐지만, 사진을 찍어 인터넷 등에 올리거나 당국에 신고하는 행위는 교권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교장은 "학교 선생님들의 교권이 많이 실추됐다. 학생들이 사건을 일파만파 흘리고 국민신문고에 올리면 많이 힘들다"며 "학교에서 들어줄 수 있는 부분도 많은데, 조그만 일들까지 국민신문고에 알리는 경우가 있어 시정이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