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역 인근 도로에 폭우로 침수됐던 차들이 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9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역 인근 도로에 폭우로 침수됐던 차들이 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침수 피해가 없었던 서부간선도로의 ‘과잉 설계’에 주목해야 한다.”

기습 폭우로 인한 침수 피해 방지대책의 필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서울시 산하 연구기관인 서울기술연구원이 가변식 차수막과 재난문자의 교통시스템 자동 연동 시스템, 도시고속도로 설계 기준 활용 등 여덟 가지 수해 최소화 방안을 제시했다.

서울기술연구원은 반지하 등 침수 취약 가구에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한 스마트 침수 감지 센서와 쉽게 탈출이 가능한 방범창을 설치하는 등 수방 시스템 강화를 위한 여덟 가지 기술 방안을 21일 발표했다.

서부간선 지하도로, 비 피해 전혀 없었던 비결은?
연구원은 반지하 가구를 모두 없애는 데는 수십 년이 걸리는 만큼, 거주자를 위해 차수막(물 차단막)과 역류 방지 밸브 등 빗물 유입 지연 장비를 공급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와 함께 기존 건축물 지하주차장 입구에도 침수 방지시설 설치를 의무화하는 등의 종합적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강변북로 상습 침수를 막기 위한 대책으로는 한강변 저지대 구역에 가변식 차수벽을 설치하고, 한강의 홍수위 여유보다 높게 월류(물 넘침) 방지 옹벽을 설치하는 방식이 제시됐다.

피해가 많았던 지하차도 침수 방지를 위해선 최근 집중호우 때 침수 피해가 없었던 지하 도시고속도로에 주목해야 한다는 게 연구원의 분석이다.

연구원은 “지난해 9월 개통된 서부간선 지하도로는 지하도로 터널 내 유입 수량, 집수정 용량, 펌프 수량을 기준보다 각각 150%, 105%, 200% 초과 적용해 서울시 내부 감사에서 과다 설계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지만, 이번 폭우 시 침수 피해가 전혀 없었다”며 “지하도로 건설 시 새로운 가이드라인으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연구원은 고도화된 교통정보 시스템을 운용 중인 서울시가 동시다발적 통제 상황에는 속수무책이었던 만큼 긴급 재해 상황에 대비한 새 교통정보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난문자 자동 연동체계’를 구축해 통제 구간이 발생하면 버스에 우회로를 실시간 제공하는 등 ‘전환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내비게이션 앱 운영사와의 정보 협조도 필수적이다.

이 밖에 연구원은 △맨홀 자동 잠금장치 도입 △물웅덩이 없는 도로 구현 △건설현장 감전대책 강화 등도 함께 제시했다. 서울기술연구원은 도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8년 12월 서울시가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설립한 과학기술 응용·실증 연구기관이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