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피해 구제를 위한 조정위원회는 옥시와 애경산업 등의 반대로 9240억원에 달하는 손해배상금 지급 조정안이 사실상 무산됐다고 발표했다. 피해자 측은 조정안에 비동의 의견을 낸 옥시와 애경산업을 규탄하며 불매운동에 들어갔다.

가습기살균제 피해 조정위원회는 11일 위원장 김이수 전 헌법재판관 명의로 “조정안 성립이 어렵게 됐지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발표했다. 피해자, 유족, 환경보건시민센터 등은 이날 서울 동교동 애경 본사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불매운동에 나섰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애경과 옥시를 규탄하고 피해 대책에 책임지는 자세로 조정안에 동의할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정부의 중재로 피해자 단체와 가해 기업들이 지난해 10월 꾸린 조정위는 기업들이 피해자 7000여 명에게 ‘향후 피해 인정 규모에 따라 최대 9240억원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조정안을 지난달 내놨다. 조정에 참여한 기업 9곳 중 롯데쇼핑, 이마트, 홈플러스, SK케미칼, SK이노베이션, LG생활건강, GS리테일 등 7곳은 조정안 동의 의견을 냈지만 애경산업과 옥시는 비동의 의견을 냈다.

불매운동 조짐이 일자 애경산업은 “거부 의사가 아니라 조건부 동의”라며 “당사 의견이 수용되면 조정위에 다시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애경산업은 △명확한 인과관계 기준에 의한 책임 분담 △제조·판매사 책임 구분 △조정안 합의 시 추가 책임을 묻지 않는 합의 등을 요구했다.

구민기 기자 k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