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의 LG화학 배터리 기술 탈취 사건을 수사한 경찰이 지난달 회사 법인과 임직원 30여 명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서울경찰청 안보수사대는 지난달 SK이노베이션(SK온) 법인과 임직원 30여 명을 산업기술보호법 등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고 6일 밝혔다. 2017~2019년 LG화학 배터리부문(현 LG에너지솔루션)의 임직원 100여명이 경쟁사 SK이노베이션으로 이직하자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 등을 경찰에 고발한 데 따른 처분이다.

배터리 업계 선두인 LG화학은 업계 2위이자 경쟁사인 SK이노베이션이 옮긴 직원들을 활용해 자사의 배터리 납품 가격과 배터리 개발, 생산 등 영업 비밀을 빼돌렸다고 주장하며 미국과 국내에서 행정·민사소송 등을 제기하고 형사 고소를 했다.

경찰은 SK이노베이션 본사 등을 압수 수색했고, 수십 차례에 걸쳐 직원들을 소환 조사했다. 조사 선상에 오른 80여명의 직원 가운데 혐의가 적발된 30여명이 검찰로 송치됐다. 이 가운데 LG화학에서 SK이노베이션으로 이직하며 기술을 유출한 직원, 유출을 지시한 직원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모두 현직 직원이고, 임원급도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4월 ‘SK가 LG 측에 합의금 2조원을 지급한다’는 조건으로 양측이 합의하고 분쟁을 마무리했음에도 수사가 이어진 것은 산업 기술 유출은 반의사 불벌죄가 아니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SK이노베이션 측과 합의 이후 경찰에 처벌 불원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벌어진 미국 소송은 LG에너지솔루션의 완승으로 끝났다. 지난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LG화학이 제기한 영업 비밀 침해 소송에서 SK이노베이션의 영업비밀 침해를 인정하고 미국 내 배터리 팩과 셀, 모듈, 부품, 소재 등 원재료부터 완제품까지 전 제품에 대해 10년간의 수입금지 명령을 내렸다. 이 때문에 SK는 배상금을 주기로 합의할 수 밖에 없었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 규모가 방대하고 관련된 인원이 많아 수사에 시간이 걸렸으나 확보한 자료를 바탕으로 기술 유출 혐의를 입증했다”고 말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