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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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가 장기 발전 계획의 일환으로 학부생 정원 감축을 추진한다. 문·이과 통합 교육을 하고 학교채를 발행해 2040년까지 재정 규모를 3조원대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도 세웠다. 13일 서울대에 따르면 서울대 장기발전계획위원회는 최근 ‘2022~2040년 장기발전계획’ 수립을 위한 중간보고서를 작성하고 오세정 총장 주재로 이날 회의를 열었다.

보고서는 서울대가 직면한 위기의 징후들을 살펴보고 대책을 마련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서울대는 당면한 위기로 △서울대 폐지론 △국공립대학교 통합 및 평준화론 △정부 예산 지원 삭감 △외부 대학평가 위상 정체 등을 꼽았다.

보고서에는 위기 극복을 위한 중점 추진 과제 중 하나로 학부 정원을 감축하는 방안이 담겼다. 구체적인 감축 규모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서울대 측은 감축 배경에 대해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하고 지방대학의 정원 감축에 동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통계청은 저출산·고령화로 6~21세 학령인구가 작년 789만 명에서 10년 뒤인 2030년 600만 명 밑으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미 올해 입시에서 대부분 지방국립대는 미달 사태를 겪었다. 지방대학들은 “고통 분담 차원에서 수도권 대학들이 정원 감축에 동참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서울의 한 사립대 총장은 “서울대가 먼저 정원 감축에 나서면 연세대 고려대 등 다른 대학들도 동참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는 또 2040년까지 재정 규모를 현재의 두 배 수준인 3조원대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학교채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 확보한 자금은 관악생활관(기숙사) 재건축, 우수 신임 교원 확보, 강의·연구지원장학금 제도 혁신 등에 투입할 예정이다. 자체 수익원을 확보하기 위해 ‘SNU 창업벤처’를 설립하고 교내 창업을 활성화해 지분 투자에도 나선다는 계획이다.

교육 환경 변화에 대응해 학사 구조도 개편한다. 학문 간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 만큼 교수의 소속과 정원을 학과 단위가 아닌 단과대학이나 본부 단위로 확대하고 문·이과 통합교양 교육을 한다. 학부생 입학 단위 역시 점진적으로 학과 단위 이상으로 광역화한다. 9월 학기제, 4학점 부여 교과목 개설, 학생 자기설계 전공 등도 추진한다.

관악캠퍼스에 ‘거주형 대학’(RC)을 도입하는 것은 2026년 완료를 목표로 하는 단기 실행과제로 설정했다. RC는 모든 학생이 의무적으로 기숙사 생활을 하며 학부 교육을 받는 제도로, 미국 아이비리그와 영국 명문대들이 채택하고 있다. 서울대는 2007년부터 RC 도입 논의를 시작했지만, 학생들의 반대에 부딪혀 2016년 논의를 중단한 바 있다. 이후 지난달부터 “내년 2학기부터 희망 학생을 대상으로 기숙사 한 개 동 정도의 규모로 RC 시범 사업을 한다”고 밝히며 관련 논의를 다시 시작했다.

서울대는 또 사회 기여를 강화하기 위해 사회공헌형 교과목을 개발하고 이들 과목을 이수하는 것을 필수 졸업 요건으로 지정할 계획이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