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경복고에서 한 학생이 수능 성적표를 살펴보고 있다. 김영우 기자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경복고에서 한 학생이 수능 성적표를 살펴보고 있다. 김영우 기자
문·이과 통합형으로 처음 치러진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의 국어·수학 영역에서 선택과목에 따른 유·불리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12일 교육계에 따르면 ‘공통+선택’ 과목 구조로 치러진 올해 수능 국어·수학은 선택과목에 따라 2~3점의 표준점수 차이가 발생했다. 국어에서 ‘언어와매체’를 선택한 수험생의 표준점수 최고점은 149점으로 ‘화법과작문’을 선택한 수험생(147점)보다 2점 높았다.

수학에서도 선택과목에 따른 점수 차이가 있었다. ‘미적분’과 ‘기하’를 푼 수험생의 표준점수 최고점은 각각 147점으로 ‘확률과통계’를 택한 수험생(144점)보다 3점 높았다. 보통 미적분, 기하를 선택한 수험생을 이과 계열, 확률과통계를 선택한 수험생을 문과 계열로 본다.

입시업계에서는 이번 수능에서 이과 계열 수험생이 문과 계열로 정시모집에 지원할 경우 유리할 공산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원점수에서 같은 점수를 받았더라도 표준점수에서는 모두 이과 계열을 치른 수험생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경영·경제 등 문과 최상위권 인기 학과에 이과 수험생이 대거 교차지원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탐구영역 점수 차이도 정시지원의 변수로 꼽힌다. 탐구영역에서 표준점수 최고점은 ‘지구과학Ⅱ’가 77점으로 가장 높았다. ‘정치와 법’(63점)이 가장 낮아 점수 격차는 14점에 달했다.

사회탐구 영역에서 ‘윤리와 사상’, ‘사회·문화’(각 68점)가 표준점수 최고점이 가장 높았는데, 이 점수는 과학탐구 영역에서 최고점이 가장 낮은 ‘화학I’, ‘물리학Ⅱ’(68점)와 같은 것이다. 사회탐구 영역에서 아무리 시험을 잘 봤어도 과학탐구 영역을 본 수험생보다 불리하다는 얘기다.

‘불수능’으로 인해 국어·수학·과학탐구 영역의 표준점수가 크게 오르자 의대 등 이과 최상위권이 노리는 전공의 합격선도 전년에 비해 대폭 뛰었다. 대성학원에 따르면 자연계열 최상위권 수험생들이 노리는 서울대 의과대학의 경우 합격 가능한 국어·수학·탐구영역 합산 표준점수는 총 430점으로 분석됐다.

연세대 의예과는 429점, 고려대 의과대학은 424점이다. 작년 수능과 비교하면 서울대(작년 412점), 연세대(417점), 고려대(412점), 한양대(410점) 의학계열의 예상 합격선이 10~20점 안팎 대폭 상승했다.

이처럼 문·이과 간 유불리가 드러났는데도 평가원은 국어와 수학, 영역의 선택과목 표준점수를 비공개한다는 방침이다. 강태중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은 “학생, 학부모, 교사 입장에서 모든 정보를 얻기를 바라는 점에는 공감하지만 이 정보가 진정한 도움이 되느냐 하는 점이 걱정된다”고 했다.

첫 문·이과 통합형 수능이기 때문에 전년도와의 단순 비교도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선택과목 도입으로 전년도 입시 결과를 토대로 지원 전략을 수립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온라인 서비스 등을 활용해 지원자들의 지원 추세를 분석한 뒤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