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서 이광근 경위, 거액 든 지갑 회수해 돌려줘
거액 든 지갑 분실 사건…발로 뛰어 찾아준 경찰
"큰일 났어요.

거금이 든 지갑이 사라졌는데 정확히 어디서 잃어버렸는지 모르겠어요.

"
지난 7일 저녁 다급한 목소리로 112 신고 전화가 걸려왔다.

서울지하철 7호선 논현역 인근에서 현금 231만원과 수표 100만원, 각종 카드와 신분증이 든 지갑을 잃어버렸다는 내용이었다.

지갑 주인인 50대 A씨는 정확한 분실 장소를 기억하지 못하고 "저녁에 갔던 당구장에서 잃어버린 것 같다"고 했다.

신고를 접수한 서초경찰서 강력1팀 이광근(39) 경위는 곧바로 A씨가 방문한 서초구 반포동 당구장으로 달려가 폐쇄회로(CC)TV를 확인했다.

A씨는 당구장을 나설 때 지갑을 소지하고 있었다.

이 경위가 A씨에게 다시 물으니 당구장을 나와 길 맞은편의 한 미용실에서 머리를 자른 뒤 계산을 하려다 지갑이 없어진 것을 알아차렸다는 답이 돌아왔다.

하지만 미용실 CCTV에도 지갑의 행방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때 당구장과 미용실 사이에 설치된 방범용 CCTV가 이 경위의 눈에 들어왔다.

해당 CCTV 영상에서는 A씨가 당구장에서 나온 직후 출입구 인근에 지갑으로 추정되는 검은 물체를 떨어뜨렸고, 약 30분 뒤 한 남성이 지갑을 줍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 경위는 이 남성이 당구장 인근 고시원 거주자라는 사실을 파악하고, 12일부터 1주일간 이곳을 여러 차례 방문해 남성과 접촉을 시도했다.

하지만 이 남성이 거주하는 방은 계속 비어 있었고 연락도 닿지 않았다.

이후 당직근무 중이던 19일 오후 7시께 이 경위는 다시 현장을 찾아 남성의 행방을 탐문했다.

그때 방범용 CCTV에 잡힌 모습과 같은 옷차림의 남성이 고시원 건물 앞에 나타났다.

이 경위가 "지갑을 줍지 않았느냐"고 묻자 남성은 곧바로 수긍하고 방에 보관하던 지갑을 건넸다.

지갑 안에는 현금과 수표 등이 고스란히 들어 있었다.

40세인 이 남성은 "너무 큰 돈이라 차마 쓰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경찰은 남성을 점유이탈물횡령 혐의로 입건하고 A씨에게 지갑을 돌려줬다.

A씨는 서초서 홈페이지 '칭찬합시다' 게시판에 글을 올려 "(분실 뒤) 정신이 멍할 정도로 충격을 받았고 허탈감에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며 "밤인데다 동선도 불명확한데 여러 장소에서 꼼꼼히 조사를 벌여 찾아 주셔서 감사드린다"고 썼다.

이 경위는 27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지갑 회수가 늦어지면 피해 복구가 어려우니 서둘러 현장을 찾았는데 수사 담당자로서 참 뿌듯하다"며 "앞으로도 시민의 안전과 재산권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거액 든 지갑 분실 사건…발로 뛰어 찾아준 경찰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