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철 정의당 대표, 같은 당 장혜영 의원 성추행으로 사퇴

안희정·오거돈 사건 파장에도
남성 정치인 성추문 끊이지 않아
"성평등 외친 정의당마저…" 충격

"진영 떠나 권력 가진 남성들
성인지감수성 떨어지는 게 원인"
김종철 정의당 대표가 같은 당 장혜영 의원에 대한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고 25일 당 대표직에서 전격 사퇴했다. 사진은 김 대표가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대표단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왼쪽은 장 의원.   국회사진기자단

김종철 정의당 대표가 같은 당 장혜영 의원에 대한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고 25일 당 대표직에서 전격 사퇴했다. 사진은 김 대표가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대표단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왼쪽은 장 의원. 국회사진기자단

김종철 정의당 대표가 같은당 장혜영 의원을 성추행한 사실이 드러나 25일 전격 사퇴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 오거돈 전 부산시장,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 이어 또다시 진보 정치인이 성추문 의혹으로 불명예 퇴진했다. 진보 진영 인사들이 인권과 성평등을 말로만 강조해왔지, 실질적으로는 성인지 감수성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성평등’ 강조한 정의당, ‘성추행’
김 대표는 이날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고 당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정의당에 따르면 김 대표는 지난 15일 비례대표인 장 의원과 서울 여의도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헤어지기 직전 성추행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의당은 김 대표에 대한 직위해제를 결정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진보 진영 인사들의 성비위 사건이 잇따라 터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대선주자 중 한 명으로 거론되던 안 전 지사는 비서 성폭행 의혹으로 2019년 9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4월에는 오 전 시장이 여성 공무원을 추행한 사실을 인정하고 사퇴했다. 지난해 7월에는 시민사회 운동의 상징이자 유력 대권주자인 박 전 시장이 비서 성추행 혐의로 고소당한 사실을 전해 듣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야권에선 국민의힘을 탈당한 김병욱 무소속 의원이 성폭행 의혹을 받고 있다.

정의당은 그동안 디지털 성범죄를 막자는 ‘n번방 방지법’ 입법을 촉구하는 등 성평등 문제에서 목소리를 높여왔다. 민주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의 성비위 탓에 치러지는 오는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반(反)성폭력 선거’로 규정하기도 했다.
“권력에 취해 상대가 ‘나 좋아한다’ 착각”
정치권과 여성계는 잊을 만하면 터져 나오는 유력 정치인들의 성범죄에 대해 비판의 날을 세웠다.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는 “진보든 보수든 권력을 가진 남성들이 성평등 의제를 ‘남’의 얘기 아니라 ‘나’의 얘기로 받아들이는 데 실패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꼬집었다.

서혜진 한국여성변호사회 인권이사는 “과거 운동권 내에서는 ‘대의’가 우선이라는 이유로 성폭력 같은 ‘사소한 것’은 묵살해도 된다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었다”며 “그렇게 수십 년을 살아온 사람들이 (성인지 감수성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상태에서 권력이라는 옷까지 입게 돼 문제가 드러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진영을 떠나 권력에 대한 통제 불능이 근본적 원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엄청난 권력을 갖게 되면 상대방이 바로 대놓고 거부를 못하기 때문에 ‘나를 좋아하는 게 아닌가’ 하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정춘숙 국회 여성가족위원장(민주당)은 “우리 사회가 성희롱·성폭력에 그동안 굉장히 관대했다”며 “‘여성이 중요하다’고 말로만 하는 게 아니라 실질적으로 여성이 권리의 주체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박 전 시장의 성추행 피해자 A씨는 성추행 의혹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의 직권조사 결과 발표를 앞두고 “지금 이 순간에도 고통받고 있을 또 다른 누군가를 위해 우리 사회가 다시는 이와 같은 잘못과 상처를 반복하지 않도록 제도 개선에 힘써달라”고 밝혔다.

A씨 측은 지난해 7월 인권위에 박 전 시장의 성희롱·성추행 의혹과 서울시 관계자들의 방조 의혹, 고소 사실 누설 경위 등 의혹 전반을 조사해달라고 요청했다. 인권위는 단장을 포함해 총 9명으로 구성된 직권조사단을 꾸리고 약 5개월간 사건을 조사해왔다.

김남영/김소현/최다은 기자 ny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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