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인 이상 사업장은 80%…"유급병가 법제화 필요"
아프면 쉬라지만…유급병가 있는 5인 미만 사업장 12% 불과
노동자가 아플 때 일정 수준 급여를 받으며 쉴 수 있는 유급병가 제도의 대·중소기업 격차가 심각함을 보여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민주노동연구원과 사회공공연구원이 10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1∼4인 사업장의 유급병가 도입 비율은 12.3%에 불과했다.

5∼9인 사업장도 15.5%에 그쳤다.

10∼29인 사업장은 35.7%이었고 30∼99인 47.8%, 100∼299인 66.1%, 300∼999인 71.1% 등 사업장 규모가 클수록 유급병가 도입 비율이 높아졌다.

1천인 이상 대기업은 80.6%였다.

사업장 규모에 따라 유급병가 도입 여부가 극명하게 엇갈린 것이다.

이번 조사는 2018년 한국노동패널 자료를 토대로 진행됐다.

고용 형태에 따른 격차도 뚜렷했다.

유급병가를 사용할 수 있는 정규직 노동자의 비율은 59.5%였지만, 비정규직은 18.7%에 불과했다.

상용직 노동자의 경우 유급병가를 쓸 수 있는 비율이 55.5%였지만, 임시직과 일용직은 각각 18.1%, 2.7%에 그쳤다.

전일제 노동자는 49.2%였으나 시간제는 10.7%에 불과했다.

유급병가 도입 비율이 사업장 규모, 고용 형태, 종사상 지위 등에 따라 큰 격차를 보이는 것은 유급병가가 법으로 보장돼 있지 않고 단체협약 등을 통해 임의로 도입되는 현실과도 무관치 않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업무를 하다가 질병·부상을 당하면 근로기준법에 따른 요양과 산재보험 요양급여 등을 받을 수 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같은 감염병으로 입원하거나 격리되면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유급휴가를 받지만, 업무와 무관한 일반적인 질병·부상은 사각지대에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국내에서는 법정 유급병가가 없어 (유급병가를 도입하지 않은 사업장 노동자는) 장기간 치료가 필요한 경우 무급휴직을 하거나 일자리를 잃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와 특수고용직, 영세 자영업자까지 포괄할 수 있도록 유급병가를 법제화하고 건강보험에 상병급여를 신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국제노동기구(ILO)와 국제사회보장협회(ISSA) 자료를 토대로 세계 184개국을 조사해보니 유급병가와 상병급여가 모두 없는 국가는 한국을 포함해 11개 국가에 불과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