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클럽 등을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린 국내 확진자가 90명을 넘어섰다. 방역당국은 클럽 방문자들의 평균 잠복기인 13일까지 환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용인 66번'과 동선 다른 이태원 확진자 발생…정은경 "감염 고리 못찾아…이번 주가 고비"
중앙방역대책본부는 11일 낮 12시 기준 이태원 클럽 관련 확진자는 86명이라고 발표했다. 클럽에서 감염된 63명이 가족·지인 등 23명에게 2차 전파하면서 확진자가 급증했다.

서울시 등에 따르면 용산·강북·관악·도봉·동작·서대문구에서 확진자가 추가로 나오면서 이태원 관련 확진자는 최소 94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6일 처음 확인된 이태원 클럽 관련 확진자가 90명을 넘어선 것은 닷새 만이다. 이처럼 짧은 시간에 감염자가 크게 늘어난 것은 이미 클럽 방문자 사이에 소규모 감염이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일 것으로 방역당국은 파악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방문한 클럽의 종류와 날짜가 다르기 때문에 한두 명이 모두 전파했다고는 판단하지 않는다”며 “커뮤니티 안에 소수 감염자가 있었고 문을 닫았다가 연휴 기간 재개한 클럽을 통해 증폭됐을 것”이라고 했다.

이태원 클럽 중 킹, 퀸, 트렁크, 더파운틴, 소호, 힘 등 여섯 곳에서 확진자가 나왔다. 방문 시기는 1일부터 5일까지 다양하지만 2일과 5일 방문자 중에 확진자가 가장 많다. 2일 클럽 등에서 코로나19에 노출된 환자가 5일 다시 클럽을 찾아 전파했을 것으로 방역당국은 파악했다.

이날 서대문구에서는 이태원의 클럽 ‘메이드’를 방문했던 20세 남성이 확진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이태원발(發) 집단감염의 시초 환자인 경기 용인시 66번 환자와 동선이 달랐던 것으로 드러나 또 다른 대량 감염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역 교육청에 따르면 강원·광주·전남 지역 학교의 원어민교사 90여 명이 4월 29일부터 5월 6일 사이에 이태원과 홍대클럽을 다녀간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의 평균 잠복기가 5~7일인 것을 고려하면 이번주가 1차 확산 고비다. 정 본부장은 “평균 잠복기를 고려하면 7일부터 13일 사이에 발병이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태원 유흥시설을 방문한 사람은 신속하게 검사를 받아달라”고 했다.

클럽을 다녀온 젊은 환자를 통해 코로나19 고위험군인 고령 가족이 감염된 사례도 나왔다. 서울 구로에 사는 A씨(84)가 확진판정을 받았는데 이 환자는 이태원 클럽을 다녀온 뒤 확진판정을 받은 30대 남성의 외할머니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확인된 이태원 클럽 관련 환자 중 60세 이상은 A씨뿐이다.

확진 당시 무증상이었던 환자는 30명으로 34.8%에 이른다. 2차 감염자 중에는 40%가 무증상 감염자다. 방역당국은 코로나19 유행이 끝나지 않고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