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그동안 재판 기록이 전자화돼 있지 않아 판사와 사건 당사자 등에게 불편을 준다는 비판을 받아온 형사재판에 대해서도 전자화를 추진한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국 최대 규모 법원인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올해부터 형사합의부와 경력대등 형사항소부 사건 중 재판장이 전자화를 결정한 사건에 대해 전문 외부 업체를 통해 공판기록 및 증거기록 전부를 전자 데이터화하는 사업을 시행한다.

전자 소송은 2010년 특허 사건에서부터 도입되기 시작해 지금은 민사·가사·행정·회생 사건 등에서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전자 소송으로 재판이 진행될 경우 사건 기록을 인터넷을 통해 열람·발급할 수 있어 ‘종이 없는 소송’이 가능하다.

그러나 지금껏 형사재판의 경우 범죄 관련 개인정보 유출 우려 및 수사 기관과의 협의 문제 등으로 전자화가 지연돼 피고인의 방어권과 피해자의 절차참여권 등이 침해된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형사 사건 기록을 사건 관계자가 열람하기 위해선 법원을 방문해 일일이 종이로 된 기록을 복사해 가야 한다. 국정농단, 사법행정권 남용 등 대형 형사 사건에선 기록이 10만 페이지가 넘어 이를 복사하느라 재판 절차가 지연되는 사례도 많다.합의부 내에서도 하나뿐인 기록 원본을 한 판사가 보고 있으면 다른 판사는 볼 수 없는 등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한 변호사는 “검찰이 수사 기록만 수십만 쪽에 이르는 이른바 ‘트럭 기소’를 하면 기록 복사에만 며칠이 걸리고, 비용도 1000만원 이상 드는 경우도 있어 당사자들의 애로사항이 많다”고 말했다.

법원은 서울중앙지법을 시범 법원으로 정한 뒤 전자화 범위를 점차 확대할 계획이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