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란 횟수 많을수록 난소암 위험…비만 여성, 자궁내막암 주의해야"
“출산을 기점으로 대부분의 여성은 자신이 아니라 아이 건강을 우선시합니다. 나이 들수록 여성 스스로 자신의 건강을 챙기는 데 신경 써야 합니다.”

정민형 경희대병원 산부인과 교수(사진)는 “대장암 위암 등 성별 구분 없이 발생할 수 있는 암에 대해서는 관련 정보와 관심이 높지만 여성에게만 발생하는 난소암 자궁내막암 자궁경부암 등에 대한 정보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했다. 여성 스스로 이들 질환에 대한 관심을 높여야 하는 이유다.

경희대병원 산부인과 진료과장을 맡고 있는 정 교수는 부인암, 만성골반통, 요실금 환자 등을 치료한다. 난소암 자궁내막암 자궁경부암은 대표 부인암이다. 이들 질환은 초기 증상이 뚜렷하지 않고 재발 위험이 높다. 완치된 뒤에도 철저히 관리하고 추적 관찰해야 한다.

○폐경 늦다면 난소암 위험

난소암은 난소에 생기는 악성 종양이다. 암이 상당히 진행된 뒤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환자 대부분이 3기나 4기에 발견된다. 난소암이 생기는 원인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이른 초경, 늦은 폐경, 저출산 등이 위험 요인이다. 정 교수는 “배란 횟수가 적을수록 난소암에 걸릴 위험이 낮아진다”며 “출산이나 임신 경험이 적고 초경이 빠르거나 폐경이 늦으면 난소암이 생길 확률이 높다”고 했다. 그는 “적어도 한 명의 자녀를 낳으면 난소암 발생률은 30~40% 정도 낮아진다”며 “경구피임약 복용도 발병 위험을 줄인다”고 했다.

최근에는 유전성 암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다양한 암 유전자 검사가 이뤄진다. 미국 배우 앤젤리나 졸리가 예방적 수술을 받아 유명해진 BRCA 1, 2 유전자가 가장 많이 알려졌다. 상피성 난소암 환자 15%에게서 이 유전자가 발견된다. 자녀에게 유전될 확률은 50%다. 이 때문에 BRCA 1, 2 유전자 양성인 상피성 난소암 환자의 딸도 유전자 검사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들 유전자 양성인 여성은 35세 이후 난소암 위험이 일반인보다 크게 높아진다. 예방 차원에서 양쪽 난소 나팔관 절제술 시행을 권고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결혼과 출산이 늦어져 예방적 수술이 어려운 환자가 많다. 이 때는 경구피임약을 복용해 난소암 발생 위험을 낮추기도 한다.

○비만과 관련 있는 자궁내막암

자궁내막암도 난소암처럼 점차 발병률이 증가하고 있다. 임신 경험이 없는 여성, 불임, 늦은 폐경, 비만, 당뇨병 등이 위험 요인이다. 정 교수는 “자궁내막암 예방을 위해 에스트로겐 노출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비만은 에스트로겐 수치 증가와 연관됐기 때문에 체중을 조절해야 한다”고 했다.

경구피임약을 복용하는 것도 자궁내막암 예방에 도움이 된다. 경구피임약 복용 기간과 예방 효과가 비례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복용을 멈춘 뒤에도 효과가 수년간 지속됐다.

한번 유방암에 걸린 적이 있어 재발을 막기 위해 항에스트로겐제를 복용하는 환자는 정기적으로 산부인과 검사를 받아야 한다. 여성이 폐경 후 호르몬 치료를 받는다면 프로게스테론과 에스트로겐을 함께 복용해 자궁내막암 위험을 낮춰야 한다.

○조기 진단 가능한 자궁경부암

자궁경부암은 여성암 중 유일하게 선별검사를 통해 조기에 진단할 수 있다. 암을 일으키는 원인인 인유두종바이러스에 대한 예방 백신도 상용화됐다. 백신으로 예방 가능한 암이다. 흡연, 면역 기능 저하, 비위생적 환경, 영양소 결핍 등이 위험 요인이다. 경구피임약을 오랫동안 복용하면 자궁경부암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대표 증상은 성관계 후 질 출혈이다. 하지만 다른 암처럼 대부분의 환자에게 증상이 크게 없다. 정기적으로 산부인과 진료를 받아 자궁경부 세포진 검사를 해야 한다. 정 교수는 “서구에 비해 아시아는 자궁경부암 발생 빈도가 높다”며 “인유두종바이러스 백신과 자궁경부암 선별검사 보급률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인유두종바이러스 백신은 바이러스 항체 개수에 따라 3종류가 있다. 만 9세에서 26세는 접종하는 것이 좋다. 미국에서는 접종 연령이 45세까지 연장됐다. 백신을 접종하기 전 산부인과 전문의와 충분히 상담해야 한다. 접종한 뒤에도 자궁경부암 선별 검사는 꼭 받아야 한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