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코로나도 불안한데…집회로 더 불안한 靑 인근 청운효자동
"안 그래도 요즘에는 사람 많은 곳에 잘 안 나가고 있는데, 제가 사는 곳 주변에 사람이 그렇게 많이 모인다고 하니 불안하죠."
서울 종로구에 사는 안수진(31) 씨는 주말인 8일에도 청와대 인근 청운효자동에서 대규모 집회·행진이 열린다는 소식에 근심을 감추지 못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코로나) 사태가 확산하자 청와대 인근 주민들의 걱정은 한층 커졌다.

입학식·졸업식 등 각종 행사가 줄줄이 취소되는 마당에, 각지에서 모인 불특정 다수가 참가하는 집회를 여는 일이 적절하냐는 불만도 나온다.

청운효자동 주민자치위원회와 종로구는 최근 청와대 입구 신교동사거리에 '신종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집회·시위를 자제해 주시길 바란다'고 적은 현수막을 내걸었다.

그런데도 일부 단체들은 평소대로 청와대 인근까지 집회와 행진을 진행할 방침이다.

이날 오후 태극기혁명국민운동본부는 중구 덕수궁 대한문에서 집회를 연 뒤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쪽으로,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는 광화문 집회 후 청와대 사랑채 방면으로 행진한다.

박모(50)씨는 "마스크를 쓰더라도 어쨌든 사람이 많이 모이면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지 않느냐"며 "요즘 같은 시기에 굳이 집회를 열어야 하나 싶다"라고 말했다.

8세 아들을 둔 김모(51)씨는 "여기는 아이들도 많이 살고 저도 아들을 학원에 보내야 하는데 걱정"이라며 "이런 시기엔 그나마 조금이라도 집회를 자제해주면 좋겠다"라고 했다.

행여 신종코로나 감염자가 집회에 참가했다가 이 일대 상가 등을 오가기라도 하면 지역사회 감염이 급속도로 진행될 수 있다는 게 주민들의 우려다.

양모(50)씨는 "참가자들이 집회에 오면 인근 식당과 마트 등을 이용하지 않겠나"라며 "밀폐된 공간은 아니지만 불안하지 않을 순 없다"라고 말했다.

한 상인은 "집회가 열리면 참가자들이 와서 장사가 되는 측면도 있지만, 혹시나 감염자가 우리 가게를 방문하면 문을 닫아야 하니 그게 더 걱정"이라고 했다.

정영기 청운효자동 주민자치위원장은 "시위도 합법적 권리이니 무조건 막을 순 없지만, 지금은 시위보다 신종코로나 예방이 더 중요하지 않나"라며 "우리는 예민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주민자치위는 전날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1인 시위자들에게 신종코로나 예방수칙이 담긴 전단과 마스크를 나눠주며 시위 자제를 당부하는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청와대 인근 서울맹학교 학부모와 졸업생 등은 이날 오후 3시 경복궁역 인근 자하문로에서 집회를 열어 태극기혁명국민운동본부의 행진을 막기로 했다.

맹학교 학부모회 관계자는 "주민들로선 외부 사람들이 동네로 들어오는 게 불안할 수밖에 없다"며 "'집회·시위 자제하고 폐렴 확산 방지하자'라는 현수막을 들고 시위에 대응하는 평화집회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