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게이트' 노 전 대통령 투신 계기, 파국적으로 마무리
신발공장 사장에서 '盧의 남자'로…생전 박연차·노무현의 20년
31일 별세한 박연차 태광실업 전 회장은 2009년 대한민국을 뒤흔든 '박연차 게이트'의 장본인이다.

무엇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 게이트로 검찰 조사까지 받으며 결국 투신하는 결정적 계기가 돼 두 사람의 20년 관계는 파국적으로 마무리되고 말았다.

박 전 회장과 노 전 대통령의 인연은 197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남 밀양 출신인 박 전 회장은 1971년 김해에 태광실업 전신인 정일산업을 세우면서 당시 세무 공무원이던 노 전 대통령의 형 건평씨와 친분을 쌓게 됐다.

이후 박 전 회장은 1980년대 후반 국회의원 선거를 계기로 노 전 대통령과 본격적인 인연을 맺게 된다.

1988년 3월 노 전 대통령이 13대 총선에 부산 동구 국회의원에 출마하자 박 회장은 선거자금을 지원해 주기 위해 건평씨의 한림면 임야를 4억5천만원에 사들였다.

2002년 대선 때에는 건평씨가 노 전 대통령 대선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내놓은 거제시 구조라리 별장을 10억원에 매입하며 이름을 알렸다.

노 전 대통령 재직 당시에는 사업을 확장하며 승승장구했다.

2005년 5월 박 전 회장의 계열사가 보유했던 경남 진해 옛 동방유량 공장 부지 고도제한이 완화되면서 부지 매각으로 330억원대 차익을 얻었다.

참여정부 말기에는 30억 달러 규모의 베트남 화력발전소 사업을 수주했다.

신발공장 사장에서 '盧의 남자'로…생전 박연차·노무현의 20년
2007년 11월 노 전 대통령이 방한한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에게 "박연차 회장은 내 친구"라고 소개한 일화는 유명하다.

노 전 대통령은 박 전 회장의 사돈인 김정복 씨를 2004년 1월 중부지방국세청장에 이어 이듬해 6월 국가보훈처 차장, 2007년 4월 국가보훈처장에 임명하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이 퇴임하자 박 전 회장은 봉하마을 사저 건축비 명목으로 15억원을 빌려줬다.

그러나 2009년 농협과 세종증권 관련 주식 조작 수사 과정에서 박 전 회장이 여야 가리지 않고 정치인들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가 밝혀진 속칭 '박연차 게이트'가 터지며 두 사람의 관계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박 전 회장이 구속된 뒤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 연철호 씨에게 500만달러를 송금했다고 말하는 등 불리한 진술을 쏟아냈다.

노 전 대통령의 가족과 측근이 줄줄이 조사받고 본인까지 검찰에 출석하는 등 '박연차 게이트'는 초대형 스캔들로 번졌다.

결국 2009년 5월 23일 노 전 대통령이 투신하며 검찰의 무리한 수사에 의한 '정치적 타살'이란 비난이 빗발쳤으나 이미 엎지른 물을 다시 담을 수는 없었다.

박 전 회장은 2011년 징역 2년 6개월과 벌금 291억원이 확정돼 2014년 2월 만기 출소했다.

그 사이 2009년 11월 박 회장은 지병을 이유로 보석이 허가됐다가 2011년 6월 재수감돼 남은 형기를 채웠다.

출소한 그는 노 전 대통령과 그 가족들에게 진심으로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아울러 여생은 속죄하는 마음으로 본업인 사업에 열중하겠다"는 말을 남겼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