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증거인멸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전달한 자료가 삭제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의 칼날을 이 부회장에게 겨누고 있다. 검찰은 삼성바이오 김태한 사장과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수차례 소환한 데 이어 이 부회장의 측근이자 삼성전자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를 이끄는 정현호 사장을 조만간 소환할 방침이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22일 “지난해 삼성이 조직적으로 삭제한 삼성바이오에피스 자료에는 ‘부회장 통화결과’ 파일이 있었다”며 “여기서 ‘부회장’은 이 부회장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지난 20일 구속기소된 삼성바이오에피스 양모 상무 공소장엔 작년 7월 그가 직원들에게 ‘부회장 통화결과’, ‘바이오젠사 제안 관련 대응방안(부회장 보고)’ 등 제목의 폴더 내 파일 등 2100여 개의 파일 삭제를 지시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검찰은 삼성 핵심 인사들이 이 부회장에게 콜옵션 문제 등을 보고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삼성바이오가 콜옵션을 제때 장부에 반영하지 않아 자본잠식을 피했고 이로 인해 삼성가(家)의 경영권 승계에 유리한 구도를 형성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증거인멸 혐의 수사에서 ‘윗선’의 지시가 분명히 드러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 관계자는 “구속 초기엔 대부분 부인했던 실무자들도 대부분 윗선 지시라고 인정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검찰 수사의 최종 목표는 이 부회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될 가능성에 대해 “결정된 바 없다”고 답했지만 정현호 사장 소환 후 증거를 보강해 이 부회장도 소환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