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석 시공그룹 회장이 경기 성남 판교 시공미디어 본사에서 어린이용 디지털 학습 프로그램 '아이스크림 홈런'의 콘텐츠를 설명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박기석 시공그룹 회장이 경기 성남 판교 시공미디어 본사에서 어린이용 디지털 학습 프로그램 '아이스크림 홈런'의 콘텐츠를 설명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이건 ‘으악’하고 비명이 나는 새로운 수업이다.”

이어령 초대 문화부(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000년대 초 시공테크 교육사업팀이 개발 중이던 디지털 수업자료를 보고 난 뒤 한 말이다. ‘아이스크림(i-Scream)’이라는 이름이 탄생한 순간이었다. 아이스크림은 전국 초등학교 교실 95% 이상에서 이용 중인 수업 보조 콘텐츠 제공 서비스다. 아이스크림 회원으로 등록한 교사는 교과서 내용과 관련된 영상, 음악, 사진 등 약 230만 건의 온라인 교육 콘텐츠를 수업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교실 시공간 제약 없애

시공테크 교육사업팀에서 출발한 시공미디어는 2008년 아이스크림을 출시한 지 10년 만에 공교육 혁신을 이끄는 국내 대표 에듀테크 기업으로 성장했다. 에듀테크란 교육(education)과 기술(technology)을 합친 말로,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차세대 교육을 일컫는다. 박기석 시공그룹 회장은 “에듀테크라는 단어조차 생소하던 2000년대 초반에 10년은 적자를 볼 각오를 하고 시작한 사업”이라며 “디지털 시대에 교육이 1년 뒤처지면 만회하는 데 100년이 걸릴 것이라는 위기감과 책임감을 갖고 사업을 해왔다”고 말했다.

아이스크림의 가장 큰 강점은 학교 교실이라는 시공간의 제약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학생들에게 온돌의 원리를 설명하고 싶을 때는 아이스크림에서 한옥의 단면을 잘라 보여주는 3차원 영상을 찾아 재생하면 된다. 과학시간에는 강낭콩이 싹을 틔우고 자라는 모습이나 나비가 알에서 깨어나 성충까지 자라는 모습을 30초 만에 압축해 보여줄 수도 있다.
수업에 필요한 모든 콘텐츠 한곳에…초등교사 95%가 활용
사용자 간 실시간 영상 연결도 가능하다. 학생 수가 적은 농촌학교에서 이 기능을 활용해 토론수업을 할 수 있어 도·농 격차를 줄이는 데도 기여한다는 평가다. 박 회장은 “시공테크의 전시사업이 예술과 기술을 결합했듯이 교육에 기술을 결합한 게 아이스크림”이라며 “영상, 음악, 사진 등 무궁무진한 디지털 수업자료를 활용하면 학교 교실을 살아 숨쉬는 곳으로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아이스크림이 입소문을 타면서 2011년 가정용 ‘아이스크림홈런(i-Scream Home-Learn)’을 출시했다. 학생들에게 전용 콘텐츠만 이용할 수 있는 태블릿PC를 제공해 ‘딴짓’을 방지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아이스크림홈런으로 공부하는 학생 회원은 9만여 명에 달한다. 시공테크에서 분사한 자회사 아이스크림에듀(옛 시공교육)가 아이스크림홈런을 전담하고 있다. 아이스크림에듀의 연매출은 2014년 329억원에서 지난해 889억원으로 급증했다.

“교육업체 아닌 빅데이터 매니지먼트 회사”

아이스크림, 아이스크림홈런의 궁극적 목표는 ‘교육 빅데이터 플랫폼’이다. 박 회장은 “모두 AI에 대해 떠들지만 AI를 먹여 살릴 밥은 결국 데이터”라며 “매일 학생들이 아이스크림홈런으로 학습해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축적된다”고 했다. 아이스크림홈런은 최근 학생 개인의 학습 집중도, 흥미도 등을 분석해주는 서비스도 내놨다. 특정 과목만 공부하는 ‘학습 편식’을 막고 학생의 장단점을 확인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한다. 박 회장은 “우리는 단순한 교육업체가 아니라 빅데이터 매니지먼트 회사”라고 강조했다.

사업 구상 초창기부터 전 직원이 ‘데이터베이스(DB) 사냥꾼’처럼 모아온 교육용 콘텐츠는 아이스크림의 자랑이다. 국내외 식물, 동물, 건축물 등 수백만 건의 학습용 사진과 영상 등을 확보했다. 박 회장은 몇 년에 걸쳐 야생식물학자를 설득한 끝에 백과사전 세 권 분량의 식물 사진 자료를 구입하기도 했다.

아이스크림, 아이스크림홈런은 영어 설명, 읽기 자료 등을 담은 영어 버전도 준비 중이다. 해외 학습자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확대하고 외국어 학습에 아이스크림, 아이스크림홈런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교사들 간 우수한 수업계획서(커리큘럼)를 사고파는 플랫폼 등 공교육 강화를 지원하는 사업도 구상하고 있다.

판교=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