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이상 지난 노후 배관은 처음 만들 때부터 공법이 불완전했습니다. 안전에 취약할 수밖에 없죠.”

"노후 배관 불안하다"면서도…관로검사는 1년에 두 번뿐
정부의 한 관계자가 지난 4일 발생한 경기 고양시 열수송관 사고와 관련해 ‘노후 배관 관리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한 말이다. 사고가 난 수송관은 1991년 만들어진 것이다. 그는 “20년 전의 관로 용접 기술 등은 지금보다 수준이 많이 낮았고 수송관에 쓰는 보온재도 성능이 떨어진다”며 “부식, 균열이 많이 일어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노후 배관의 취약성을 알면서도 안전 관리는 다른 배관과 똑같이 했다는 점이다. 잇따르는 배관 사고가 ‘인재’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열수송관은 한국지역난방공사 직원들이 매일 육안으로 상태를 확인한다. 하지만 눈으로는 배관 내부 문제를 확인하기 힘들다. 고양시 수송관도 전날 일일검사를 했으나 ‘무사통과’됐다. 이 때문에 지역난방공사는 1년에 두 번 ‘열화상 관로 진단’을 한다. 열화상 카메라를 이용하는 방식으로, 육안 검사보다 정교한 검사법이다. 노후 배관이 불안하다면 관로 진단을 좀 더 자주 했어야 했지만 보통 배관과 똑같이 1년에 두 번만 실시했다. 가스 배관의 경우 15~20년 이상 시설은 5년마다 정밀안전검사를 하는데 열수송관은 그런 규정도 없었다.

더 큰 문제는 열수송관 사고는 한 번 터지면 피해 규모가 크다는 점이다. 난방공사의 수송관은 대도시에 주로 설치돼 있다. 특히 수도권에는 노후 배관이 집중돼 있다. 노후관 비율은 경기 분당 77%, 서울 강남 54%, 경기 고양이 50%에 이른다.

가스 배관도 낡은 것이 많다. 한국가스안전공사에 따르면 15년 이상 지난 고압가스배관은 전체의 59.6%로 절반이 훨씬 넘는다. 이에 대해 가스안전공사 관계자는 “열수송관은 액체가 지나가 부식 등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지만 가스는 그럴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아 시설 노후로 사고가 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공사 등을 하는 과정에서 가스 배관을 건드려 사고가 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타공사 사고는 작년에만 여덟 건 있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