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 첫 대법관 구속영장 청구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휘말린 박병대 고영한 등 전 대법관 2명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검찰이 전 대법관을 구속하겠다고 나선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일본 전범기업 소송과 관련해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만났다는 김앤장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 사무실도 압수수색을 당해 양 전 대법원장의 소환도 머지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3일 전직 대법관 2명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서를 법원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이들 전 대법관이) 상급자로서 더 큰 결정 권한을 행사한 만큼 엄정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모두 혐의를 부인하는 데다 하급자들과 진술이 달라 구속영장 청구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박 전 대법관은 2014년 2월부터 2년간 법원행정처장을 지냈다. 당시 일제 강제동원 피해 소송과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관련 행정소송,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댓글사건 형사재판 등과 관련된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 같은 문서의 작성 지시 자체가 재판에 대한 부당한 개입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박 전 대법관이 2014년 10월 청와대에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2차 공관회동’을 한 것도 검찰 수사 대상이다. 검찰은 이 자리에서 박 전 대법관과 박근혜 정부가 징용 소송을 놓고 모종의 거래를 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박 전 대법관에게 적용된 혐의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공무상비밀누설 등을 포함해 6개다.

고 전 대법관은 박 전 대법관의 후임으로 2016년 2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법원행정처장을 지냈다. 고 전 대법관이 2016년 ‘부산 스폰서 판사’ 비위 의혹과 관련해 해당 판사를 징계하지 않아 직무를 유기하고 재판에 개입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고 전 대법관에게는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혐의가 적용됐다. 두 사람에 대한 영장 청구 결과는 5일 밤늦게 나올 전망이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