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우 대한간호협회 부회장 "치매국가책임제가 성공하려면…"
흔히 치매는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탁월한 효능을 가진 치료제가 개발돼도 치매 증세가 있기 전으로 되돌리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치매를 조기 발견하면 완치할 수는 없지만 조금 불편함을 느끼면서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수준으로 유지시키는 건 가능하다. 그러나 72만 명으로 추정되는 치매환자 중 실제 치매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는 절반에 불과하다. 나머지 절반은 자신이 치매라는 사실조차 모른 채 지낸다. 2050년이 되면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고령화된 국가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치매환자도 지속적으로 증가해 2024년에는 100만 명, 2041년에는 2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된다.

문재인 정부는 올해 치매국가책임제를 시행하겠다고 선언했다. 치매국가책임제의 핵심은 전국 모든 보건소마다 설치되는 치매안심센터라 할 수 있다. 치매 환자들은 이곳에서 맞춤형 서비스를 받게 된다. 치매 증상이 없어도 치매가 우려되면 이곳에서 조기 검진을 받을 수 있다. 치매가 아닌 것으로 확인돼도 치매로 진행하지 않도록 다양한 예방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한마디로 조기 치료를 유도해 유병률을 낮추고 병의 진행도 늦추자는 게 정부 생각이다.

그러나 정작 치매 업무를 담당할 중요 인력인 간호사들이 치매국가책임제에 관심을 갖고 있지 않다. 가장 큰 이유는 처우와 채용 형태를 꼽을 수 있다.

작년 하반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나온 채용 공고를 보면 치매안심센터 간호사 채용은 대부분 기간제와 1호봉 조건이었다. 그래서 보건소 방문보건제도처럼 고용 불안을 걱정하는 간호사들이 선뜻 나서질 않고 있다. 그동안 방문보건제도는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은 물론 독거노인, 다문화가족 등의 건강을 종합적으로 관리해주는 프로그램으로 호평을 받아왔다. 하지만 중추적 역할을 담당했던 간호사들은 기간제 근로자라는 신분에 묶여 1년 단위로 채용되다 보니 고용 불안을 겪고 있다. 치매국가책임제도 방문보건제도처럼 운용되는 게 아니냐는 불안 속에 간호사들이 참여를 꺼리고 있는 것이다.

치매국가책임제가 성공하려면 먼저 치매 조기 발견을 담당할 간호사들의 신분 보장부터 확실히 해줘야 한다. 간호사들은 이미 대한간호협회를 중심으로 치매 문제가 사회문제로 급부상하는 시대적 요청에 부응하기 위해 치매 간호를 전문영역으로 정하고 많은 준비를 해왔다. 그런데도 간호사들이 왜 참여를 꺼리는지 정부가 다시 살펴보고 문제를 해결해줘야 한다. 그래야만 고령사회를 맞아 증가하는 치매 질환을 국가가 책임지고 관리하겠다는 취지로 시작된 치매국가책임제가 성공을 거둘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