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민 '갑질' 사태로 본 녹취관련 법률 쟁점… '3자'가 몰래 녹음 땐 증거 안돼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의 이른바 ‘갑질 음성파일’이 공개되면서 법적으로 허용된 녹취는 어디까지인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공개된 파일이 ‘갑질’의 피해자가 아니라 제3자가 몰래 녹음한 파일인 점이 특히 관심이다. 폭행 등의 혐의를 받는 조 전무와 별개로 음성파일 녹취자 역시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여부 등을 둘러싼 치열한 법정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법조계는 보고 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차녀인 조 전무는 지난달 16일 서울 공항동 대한항공 본사 회의실에서 광고대행사 팀장에게 고성을 지르고 물컵을 던졌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14일 한 인터넷매체는 당시 조 전무의 부적절한 언행이 담긴 음성파일을 공개했다. ‘갑질’이 벌어진 사무실 바깥에서 제3자가 녹음한 파일을 제보받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후 조 전무에 대한 여론의 뭇매가 더 거세졌고, 결국 한진그룹은 그를 대기발령 조치했다.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에 따르면 대화 상대자가 아닌 제3자 간 대화를 녹음하는 것은 불법이다. 3자 간 대화 녹음 행위는 공익성 여부와 관련없이 모두 불법이다. 2011년 ‘삼성 X파일’과 관련해 취재차 제3자 대화 내용을 녹음한 당시 이상호 MBC 기자도 대법원에서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았다.

다만 대화 상대자 간 전화통화나 대화 등은 모두 상대방의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녹음할 수 있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의 경우 상대방 동의가 있어야만 대화나 통화 중 녹음이 허용되지만 한국은 상대방의 동의나 녹음 인지 여부와 관계없이 모두 합법이다. 미국 애플의 아이폰에 ‘통화 중 녹음기능’이 없고 국내 삼성전자의 갤럭시S에는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큰 회의실이나 강의실에서 녹음할 경우 대화 상대방이 멀리 있더라도 대화에 참여해 의견을 표시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대화 상대자’로 간주해 녹음이 가능하다는 판례가 있다. 이번 조 전무 음성파일 녹취자의 경우 조 전무의 대화 상대자가 아니라면 불법일 가능성이 크다.

김진우 법무법인 주원 변호사는 “대화 상대자가 아닐 경우 동의를 받고 녹음을 해야 한다”며 “제3자 녹음은 형사처벌 대상”이라고 말했다. 이 법 위반 시 형량은 징역 1년 이상 10년 이하이다. 대한항공 측 변호인은 “법리적으로 문제 삼을 수 있지만 여론 때문에 일단 지켜보고 있다”며 “향후 법적 소송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