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 임직원이 금품을 받은 경우 대가성 여부와 무관하게 가중처벌하도록 한 법률 조항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 제5조 제4항 제1호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에서 재판관 5 대 4 의견으로 합헌을 결정했다고 5일 밝혔다. 해당 조항은 금융회사 임직원이 직무와 관련해 금품을 요구·약속·수수한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10년 이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또 수수액이 5000만~1억원 미만일 땐 7년 이상 유기징역, 1억원 이상일 경우에는 무기 또는 10년 이상 징역에 처한다.

청구인은 2007년 한 금융회사 계약직 직원으로 근무하면서 대출에 대한 수수료 내지 사례금 1억5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1심 재판에서 징역 5년과 벌금 1억5000만원을 선고받았다. 그는 “신용카드회사, 금융지주회사 등 유사 금융업 종사자와 달리 금융회사 임직원만을 가중처벌하는 것은 평등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청구인은 “부정한 청탁이 없는 직무 관련 수재 행위를 공무원과 마찬가지로 가중처벌하는 것은 형벌체계 균형성에 어긋난다”며 “공인회계사 등 다른 직역의 법정형보다 높고 법원이 작량감경을 해도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헌재는 “금융회사는 국민경제와 국민생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직무집행 투명성과 공정성 확보는 매우 중요하다”며 “공공성이 있는 기관 가운데 어느 범위까지 수재행위 등을 처벌할지는 입법자의 선택 사항”이라고 판단했다. 또 “신용카드사 등은 국민 일반의 예금 또는 예탁금을 유치하지 않거나 대출의 요건·규모 및 대상이 제한돼 있는 등 한정된 범위에서 금융업을 영위해 부패 행위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금융회사와 같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진성·안창호·이선애·유남석 재판관은 “우리 법체계상 ‘부정한 청탁’을 요건으로 하지 않고 직무 관련 수재 등을 처벌하는 규정은 매우 드물고 수수액에 따라 가중처벌하는 것은 해당 조항이 유일하다”며 “형벌체계의 균형성을 상실해 평등원칙에 어긋난다”고 반대 의견을 냈다.

이상엽 기자 l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