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모든 걸 해결하는 사회 대비해야"
이준영 상명대 소비자주거학과 교수 겸 소비자분석연구소장(사진)은 “‘나홀로족’이 많아지는 현상은 세계적인 메가트렌드”라며 “한국에서도 2020년이면 1인 가구 시장 규모가 120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소비자 트렌드 전문가로 ‘2017년 한국소비자학회’ 최우수 논문상을 받았다. 지난 9월 ‘1인 가구와 관련한 비즈니스 트렌드’를 분석한 《1코노미》를 펴냈다. 1코노미는 ‘1인’과 ‘이코노미(경제)’를 합성한 신조어다. 서울 홍지동 상명대 교수연구실에서 만난 그는 “1980년까지만 해도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율은 전체 가구의 4.8%에 불과했지만 2015년 27.2%로 늘었고, 2020년엔 30%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여기에 가족과 함께 살더라도 나홀로족의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도 1코노미 범주에 넣을 수 있다”고 했다.

국내 기업이 나홀로족 등을 겨냥한 간편식과 소용량·소포장 제품을 내놓고 있는 데 대해 이 교수는 1코노미 트렌드를 피상적으로 건드리는 수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급증하는 1인 가구는 단순한 인구통계학적 현상에 머무르지 않고 경제 사회 문화 정치 구조를 변화시키는 강력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며 “적은 용량으로 물건을 파는 식의 접근을 넘어 나홀로족의 심리와 욕구를 이해하고 충족시켜주는 제품과 서비스를 내놔야 한다”고 했다.

집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고 싶어하는 것도 나홀로족의 특징 가운데 하나다. 모바일로 쇼핑하고, 음식을 배달시켜 먹고, 운동도 피트니스클럽에 가지 않고 집에서 하는 홈트레이닝이 뜨고 있다. 직장 주변엔 점심시간에 나만의 휴식 시간을 보내고 싶은 사람을 위한 낮잠카페, 힐링카페가 등장했다. 이 교수는 “반려동물을 넘어 반려식물이 각광받으면서 식물병원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고 혼자 사는 사람을 위한 안전·보안 서비스도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LG전자 LSR(Life Soft Research)연구소에서 일하다 2012년 상명대 교수가 됐다. 소비자 트렌드를 분석하는 게 일이다 보니 뜨는 동네나 식당을 가서도 마음 편히 시간을 보내기보다 요즘 사람은 무엇을 좋아하는지, 그것을 왜 좋아하는지 생각해보는 게 습관이 됐다고 한다.

이 교수는 “모든 사회 현상이 그렇듯 1코노미에도 빛과 그림자가 있다”고 했다. 그는 “홀몸 노인의 고독사, 반려동물로 길러지다 버려진 유기견, 화려한 삶과 거리가 먼 저임금 청년 등은 1코노미의 어두운 면”이라며 “우리가 관심을 두고 해결해야 할 사회 문제기도 하다”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