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와 윤이상 선생의 제자인 박영희 작곡가(왼쪽)가 5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가토우 공원묘지에 있는 윤이상 묘소를 찾아 동백나무를 둘러보고 있다. 이 나무는 윤 선생의 고향인 경남 통영에서 공수됐다. 베를린연합뉴스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와 윤이상 선생의 제자인 박영희 작곡가(왼쪽)가 5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가토우 공원묘지에 있는 윤이상 묘소를 찾아 동백나무를 둘러보고 있다. 이 나무는 윤 선생의 고향인 경남 통영에서 공수됐다. 베를린연합뉴스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5일(현지시간) 독일 방문에서 작곡가 윤이상 씨 묘소를 참배하자 해묵은 ‘간첩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김 여사는 이날 고인이 안장된 독일 베를린의 가토우 공원묘지를 찾아 참배했다. 묘비 앞에 그의 고향 경남 통영에서 공군1호기로 공수해 온 동백나무 한 그루도 심었다. 김 여사는 “저도 음악을 전공해서 윤이상 선생의 음악을 잘 알고 있다”며 “음 파괴가 낯설긴 하지만 작곡했던 선배들은 물론이고 저도 관심이 많았고 학창 시절 음악 공부할 때 영감을 많이 주신 분”이라고 회고했다.

김 여사의 참배는 세계적 음악가의 이념적 일탈이 빚은 비극적인 역사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 윤씨는 한국 출신 작곡자 중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인물이다. 하지만 1967년 동백림 간첩단 사건에 연루된 뒤 음악적 평가보다 이념 논쟁에 시달린 인물이다. 독일 유학 시절 월북한 친구의 소식을 듣기 위해 1958년 동베를린의 북한대사관을 찾은 것을 계기로 북한 정부와 교류를 시작했다. 북측으로부터 생활비 명목으로 지원금도 받고 북한도 방문했다. 당시 중앙정보부는 윤씨뿐만 아니라 화가 이응로, 황성모 서울대 교수 등 194명이 동베를린을 중심으로 이적 활동을 했다고 발표했다.

결국 그는 형법 98조와 국가보안법 2조상 간첩죄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사형이 구형된 그에게 1심과 2심 재판부는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1968년 원심을 깨고 서울고법으로 파기환송했다. 윤씨의 혐의에 대해 법 적용이 잘못됐고 증거 없이 사실을 오인했다는 점, 양형이 부당하다는 것 등이 이유였다. 또 “피고인은 한국 정부를 전복하고 북한을 이롭게 하는 간첩 행위를 하지 않았고 간첩도 아니다”고 판단했다. 다만 개인 사정으로 동베를린 북한대사관을 방문하거나 평양을 왕래해 국가보안법(6조)을 위반했다고 봤다.

파기환송을 맡은 서울고법 재항소심은 1969년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얼마 후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등 해외 저명 인사들의 탄원으로 정부는 형 집행정지 처분을 내렸고 윤씨는 풀려났다. 이후 유럽으로 돌아가 한국 땅을 다시 밟지 못했다. 2006년 ‘국가정보원 과거사건 진실 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는 과거사 조사를 통해 “동백림 간첩단 사건은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간첩단’으로 확대 포장한 사건”이라고 발표했다.

윤씨 고향에서는 통영음악제가 성대하게 치러지며 음악가로서의 명성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윤씨에 의해 입북한 뒤 희생당했다’는 유가족들의 비난과 절규도 공존하고 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