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검사이야기 (12) 대선 단골메뉴'검찰 개혁'
[Law&Biz] 공수처 신설·수사권 조정…야당주자 선전포고에 잠 못드는 검찰

“최대 수혜자는 국회의원이 될 겁니다.”

고위 공직자 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 방안에 대한 서울중앙지방검찰청 A부장검사의 지적이다. 지난 9일 서울 서초동의 한 음식점에선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며칠 전 제시한 검찰개혁 방안이 ‘안주’로 올랐다. 검사와 기자들이 한데 어울려 ‘시국토론회’를 방불케 한 자리. 잔이 몇 순배 돌자 마음에 담아놓은 속내들이 쏟아져나왔다. 공수처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가장 많았다. 이 부장검사는 “공수처의 실제 수사 대상은 3급 이상 공무원보다는 국회의원이 될 확률이 높다”며 “관련 법안을 보면 공수처를 국회 산하에 뒀는데 검찰 힘은 빼고, 공수처는 국회가 장악하겠다는 얘기 아니냐”고 반문했다. 옆에 앉은 B부부장검사는 “공수처가 도입되면 검찰이 거대한 정치 투쟁의 장이 될 것”이라고 맞장구쳤다. 그러면서 “검찰 수사권이 독립되려면 인사권 독립이 이뤄져야 한다”며 “검찰총장 임기가 보장되는 등 검찰이 윗선의 입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수사권, 검찰은 기소권’이라는 해묵은 수사권 조정 방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C검사는 “경찰 소원대로 수사권을 한 달 정도 경찰에 넘겨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검찰수사와 경찰수사가 격이 다르다는 것을 일반 국민은 잘 모른다”는 설명이다. 상당수 검사는 경찰에서 올라온 수사 자료를 다시 보느라 대부분 시간을 허비하는 것에 불만이다. C검사는 “경찰이 작성한 조서에도 증거 능력을 부여하면 검찰의 직접수사가 90% 이상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검사장 직선제’도 도마에 올랐다. 미국 등에서 시행하고 있으며 학계를 중심으로 도입을 주장하는 ‘검사장 직선제’는 지방자치단체 주민이 검사장을 직접 뽑는 제도다. 정권 고위층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니 정치적 중립이 보장될 것 아니냐는 얘기다. 이에 대해서도 D검사는 “검사가 선거자금을 대주는 유권자에게 휘둘릴 가능성이 있다”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표를 의식하다 보면 위법행위를 봐달라는 유혹에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이날 토론 자리에서의 결론은 “그럼에도 검찰의 뼈를 깎는 노력은 필요하다”였다. 현직 검사장과 부장검사, 검사장 출신 변호사의 초대형 비리가 되풀이되지 않으려면 어떤 식으로든 개혁이 필요하다는 데 이견이 없었다.

이와 관련, 이국운 한동대 교수는 “무소불위의 권력이 검찰 비리를 양산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처럼 검찰이 수사권과 공소제기권, 공소유지권 모두를 가진 나라는 없다는 것이다. 그는 “국민이 검찰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검찰만이 수사를 개시할 수도, 종결할 수도 있다는 점 때문”이라고 말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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