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학습 중에 갑자기 흔들리길래 놀라서 막 소리를 질렀어요.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오히려 발이 떨어지지 않았어요."

지난 12일 저녁 규모 5.8의 강진이 경북 경주에서 발생한 직후 시민들이 보여준 모습은 우리나라가 재난 발생시 대처 능력이 얼마나 취약한지 고스란히 보여줬다.

이는 지진 대피 요령을 배운 적이 없거나, 있더라도 형식적 교육에 그치는 등 재난 대처 교육이 전반적으로 부실하기 때문이다.

경남 창원시 의창구 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1학년 김모 양은 "지진이 났을 때 어떻게 대피해야 하는지 한 번도 제대로 배운 기억이 없다"고 13일 밝혔다.

그러면서 "1차에 이어 2차 지진을 겪고 나니 놀란 마음이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며 "앞으로는 관련 정보를 알아둬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성산구의 다른 고등학교에 다니는 이모 양은 "중학교 때 지진 대피 요령을 배운 적은 있는데, 지진은 교육에서 아주 작은 부분을 차지했던 것 같다"며 "그런데다 실제 대피상황까진 없을 것 같던 지진이 일어나니 놀라서 배운 것도 기억이 안 났다"고 말했다.

학교 강당 등지에서 재난과 관련해 동영상 시청 등 수업이 이뤄졌을 때도 수업은 뒷전이고 잡담을 나누며 관심을 보이지 않는 학생들도 많았다고 이 양은 전했다.

지진 대피 요령을 모르는 건 학생뿐만 아니라 어른도 마찬가지였다.

이 학교의 고모(고1) 군은 "1차 지진 이후에 학교 지시에 따라 귀가하기는 했는데 집에 있던 부모님들도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잘 모르셔서 서로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얘기를 주고 받았다"고 털어놨다.

창원시민 김모(34·여) 씨는 "탁자 밑에 들어가라는 말을 들은 기억만 날 뿐이었다"며 "2번 연속으로 지진이 나니까 안에 있어야 할 지 밖으로 나가야 할 지 판단이 안서서 불안했다"고 말했다.

박혜경(65·여·성산구 남양동) 씨는 "얼마 전에 이탈리아에서 지진이 났다는 뉴스를 보고 운 좋게 대피 요령을 알고는 있었다"며 "고층 아파트가 위험할 것 같아서 공원으로 대피하기는 했는데 많이 당황스러웠다"고 토로했다.

박 씨는 "대피를 하면서 물 같은 것도 챙겨가야 했는데 막상 닥치니까 너무 놀라서 그런 건 챙길 겨를도 없었다"며 "나라 차원에서 말뿐인 재난 교육이 아니라 직접 체험해보게 하면서 교육을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기본적 안전 수칙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보니 지진 직후 엘리베이터를 탔다가 연달아 갇히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김해에서는 전날 오후 8시 32분 본진이 발생한 직후인 오후 8시 49분, 9시 11분·13분·25분·39분 등 총 5번에 걸쳐 엘리베이터 갇힘 사고가 접수됐다.

소방서 측은 엘리베이터에 갇힌 5명 모두를 무사히 구조했지만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김해동부소방서 측은 "엘리베이터는 지진, 화재 등 외부적 요인이 있으면 멈춤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며 "결국 갇혀서 대피를 못 하는 상황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지진 등 상황이 발생하면 계단을 이용해 대피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이근재 호원대 소방안전학과 교수는 "재난 관련 교육이 전반적으로 부실한데다 특히 지진 쪽과 관련해서는 우리나라와 상관 없다는 인식이 강해서 '걸음마' 단계에 가깝다"며 "체험을 통해 대피 요령을 주기적으로 숙지시키는 등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창원연합뉴스) 김선경 기자 ks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