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모자 살인사건과 관련한 경찰 수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지만 피의자 정모(29)씨는 부인 김모(29)씨의 자살 사실을 여전히 모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30일 인천 남부경찰서에 따르면 공범으로 지목된 김씨는 지난 26일 인천시 남동구 논현동 자택에서 결백을 주장하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정씨는 그러나 부인이 숨진 지 나흘이 지났지만 이날 현재까지도 부인의 자살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다.

경찰이 자살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씨는 어머니 김모(58)씨와 형(32)을 살해한 혐의(존속살해 및 살인 등)로 지난 22일 체포된 후 남부서 유치장에 수감됐다.

이번 사건과 관련한 언론보도를 접할 수 없는 처지다.

경찰은 정씨가 부인의 자살 사실을 알게 되면 급격한 심경 변화를 일으켜 자해나 자살 기도 등 본인 신상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 김씨 자살과 관련한 얘기를 일절 함구하고 있다.

정씨가 지난 18일 자택에서 자살을 시도했던 전력이 있는 만큼 김씨의 자살 소식 전달 문제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지난 28일 어머니 김씨 집에서 현장 검증을 앞두고도 취재진에 "아내 김씨의 자살과 관련한 질문은 자제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정씨가 범행과 관련한 진술을 번복할 가능성을 우려, 경찰이 김씨의 자살 사실을 정씨에게 비밀에 부치고 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정씨는 어머니와 형을 살해한 혐의를 시인하면서도 범행 수법, 증거 인멸 방법과 관련해서는 부인과 공모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씨가 숨졌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진실 규명은 불가능해진 상태다.

경찰이 정씨에게 부인의 사망 사실을 뒤늦게 전달하는 것은 후에 도의적 책임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정씨가 부인 장례식 참석을 원했다면 구속집행정지를 허용하는 방안도 법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잔혹한 존속살해 사건의 주범인 점을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실행되기 어려운 방안"이라며 "그래도 경찰이 김씨의 사망 사실을 곧바로 알려줬다면 도의적 책임 논란에서는 자유로웠을 것"이라고 밝혔다.

형사소송법에는 피고인 중병, 출산, 가족 장례 참석 등 '상당한 사유'가 있을 때 구속집행정지를 허가, 피고인을 일정 기간 석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검찰 송치 전 피의자에게도 같은 규정을 적용할 수 있다.

경찰은 10월 1일 이번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기 직전 정씨에게 김씨의 사망 소식을 전달한다는 방침이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현장 검증에서도 정씨의 범행수법이 구체적으로 확인된 만큼 김씨의 사망 여부와 상관없이 정씨 혐의를 입증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인천연합뉴스) 강종구 기자 iny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