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사 지불능력 없고 선원 건강악화
해적, 억류 장기화가 오히려 손해라고 판단한 듯
"조건 없는 석방은 1월 대만 선박 이어 두번째"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됐던 금미 305호가 4개월 만에 풀려난 가운데 해적이 석방금을 받지 않고 풀어준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9일 금미호의 석방사실을 발표하면서 "현재로서는 선사가 해적 측에 석방금을 내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어떤 경위로 풀려났는지는 추가로 확인해야 한다"고 밝혔다.

해적이 돈을 받지 않고 선박을 풀어준 사례는 거의 전례가 없을 정도로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동아프리카 항해자 지원프로그램(EASFP) 운영자인 앤드루 므완구라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몸값을 받지 않고 풀어 준 사례는 지난 1월28일 대만 선적 타이유안227호 석방에 이어 금미호가 두 번째이며 현재로선 두 사례 모두 정확한 배경은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해적이 금미호를 아무런 조건 없이 풀어준 데는 선사의 지불능력이 없다는 점을 간파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가장 높은 상황이다.

금미호의 선사인 금미수산은 경영난으로 부산사무실을 폐쇄하고 케냐 현지에서 배 1척만 운용해 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해적은 납치 초기 금미호 석방을 대가로 650만달러의 몸값을 요구하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60만달러(약 7억원)까지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금미수산 대표인 김 모(54) 씨는 금미호에 타고 있는 상황이어서 해적은 몸값 협상을 위한 창구를 찾는데도 어려움을 겪었다는 후문이다.

므완구라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해적들이 요구한 몸값을 받을 가능성이 없고 더는 인질들을 먹여 살릴 방도가 없어 풀어준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소규모 어선에 40여 명이 장기간 생활하면서 한국인 선원 2명의 건강이 악화된 것도 해적에 부담감을 준 것으로 보인다.

한국인 기관장 김 모(68)씨는 한때 말라리아 증세로 위중한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고 선장 김 모(54) 씨도 지병인 당뇨병으로 건강이 좋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몸값을 받기 어려운 상황에서 선원들을 장기간 계속 억류하다 한국 선원들이 숨질 경우 인질을 볼모로 한 몸값협상도 수포가 되기 때문에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기 전 아예 손을 뗐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므완구라는 "선원 수가 많은데다 건강이 안좋은 선원들도 있어 식량과 의약품을 조달해야 하기 때문에 해적들은 선상 억류 기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더 손해라고 판단한 듯 하다"고 말했다.

이와 아울러 한국 정부가 `아덴만 여명작전'으로 삼호주얼리호를 구출한 직후 "해적과의 협상은 없다"고 단호히 밝힌 점도 해적들의 의지를 꺾는데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

한때 삼호주얼리호 납치 해적들이 보복을 위해 금미호 한국인 선원들의 신병을 자신들에게 넘기라고 했다는 주장도 있었지만 이 방안도 결국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결론났다.

소말리아 해적들은 개별적인 행동 주체일 뿐 서로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있지 않는 점을 감안했을 때 실제 금미호의 한국인 선원들이 삼호주얼리호 납치 세력에게 신병이 인도될 가능성은 당초부터 다소 떨어지는 편이었다.

한국인 2명을 비롯, 43명이 승선하고 있던 금미호는 9일 오후 해적 본거지인 소말리아 항구에서 석방돼 현재 공해상으로 이동 중이다.

(나이로비.두바이연합뉴스) 우만권 통신원.강종구 특파원 iny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