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전 뉴질랜드 남쪽 남극 해역에서 조업하다 침몰한 614t급 원양어선 '제1인성호'의 한국인 선원 가족들은 사고소식에 큰 충격을 받고 말을 잃었다.

이날 오후 부산 서구 암남동 원양프라자 7층에 위치한 선사 사무실에 속속 도착한 선원 가족들은 침통한 표정으로 "무사히 살아서 돌아오기만을 기원한다."라는 말 외에는 취재진의 질문에 거의 답을 하지 않았다.

대신 혹시라도 나올지 모를 추가 구조소식을 애타게 기다리며 선사 측의 움직임에 촉각을 바짝 곤두세웠다.

가장 먼저 도착한 유영섭 선장의 아내는 아예 말문을 열지 못했고, 유 선장의 처남 김선수씨는 "얼마전 전화통화에서 매형이 '이제 배를 그만 탔으면 좋겠다'고 말했는데 이런 사고가 나서 안타깝다."라면서 "살아 돌아오기만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실종된 기관장 안보석씨의 동생은 "아무 생각이 나지 않는다.형이 무조건 무사히 돌아왔으면 좋겠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어황연구 등을 위해 옵서버로 배에 탔다가 실종된 김진환씨의 어머니는 입술을 꽉 다문 채 사무실로 들어섰고, 김씨의 동생도 "3일전에 통화했는데.."라며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또 다른 실종자의 가족은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연방 훔치며 취재진의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았다.

특히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된 고(故) 하종근 기관사의 가족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사무실에 도착했고, 굳게 닫힌 상황실 안에서 슬피 우는소리가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이 때문에 선사 관계자들은 쉼 없이 물과 안정제를 들고 상황실로 들어갔고, "수색작업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마지막까지 희망을 버리지 말고 기다려달라."라고 다독였다.

한국인 선원 가운데 유일하게 생존이 확인된 선원 김석기씨의 부모도 "지옥과 천당을 왔다갔다하는 기분"이라며 "아들이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채 약을 먹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돌아와서 품에 안기 전에는 안심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부산연합뉴스) 민영규 기자 youngky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