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구간에 물 2천t 순환…경관조명도 설치

내년 봄부터 서울 남산에서 실개천을 따라 졸졸 흐르는 냇물에 발을 담그고 쉴 수 있게 된다.

서울시는 내년 4월까지 남산에 한옥마을~북측산책로 1.1㎞ 구간과 장충지구~북측산책로 1.5㎞ 구간 등 총 2.6㎞ 길이의 자연형 실개천을 조성하는 내용의 '물이 흐르는 남산 만들기' 사업을 추진한다고 8일 밝혔다.

실개천은 기존 콘크리트 배수로를 자연형 계곡으로 재정비하거나 새로운 수로를 만들어 연결하는 방식으로 조성되며, 빗물과 계곡물 외에 지하철에서 끌어온 지하수를 보조용수로 활용한다.

물 2천t이 실개천을 흐르게 되며, 증발이나 토양 흡수 등으로 유실되는 하루 100t 가량의 물은 여과ㆍ살균과정을 거친 각종 용수로 채운다.

물 공급에는 1년에 2천500만원 가량이 투입된다.

관련 사료에 따르면 과거 남산에는 선비들이 갓끈을 빨 정도로 맑은 물이 흘렀지만 주변 지역 개발과 1~3호 터널 건설 등으로 인해 계곡물이 땅속으로 스며들어 더 이상 물줄기를 찾을 수 없게 됐다고 시는 설명했다.

시는 남산의 물줄기가 회복되면 수변 서식처를 통해 양서류 등 생태계를 더욱 다양화하는 효과도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990년대 남산 제모습 가꾸기 사업을 통해 남산에 사는 생물이 현재의 181종으로 늘어났지만 여전히 생태공원으로는 부족하다는 게 시의 판단이다.

아울러 실개천 주변에는 서울의 대표색 중 하나인 '한강은백색'의 경관조명이 설치된다.

시는 또 실개천 주변 도로를 '개울 소리길'이나 '벚나무 터널길' 등으로 특성화할 계획이다.

경사가 급한 개울 소리길에선 계곡물이 흐르는 소리를 들을 수 있고, 경사가 완만한 벚나무 터널길 주변에선 새소리나 바람소리를 들으며 조용히 거닐 수 있게 만든다는 구상이다.

시는 이밖에 남산의 대표적인 역사 문화유산인 장충단공원과 류관순 열사 동상, 3ㆍ1운동기념탑 주변은 반사연못 등 수변시설을 확충하고, 시청 남산 청사 뒤편에는 시민들이 쉬어갈 수 있는 100㎡ 크기의 연못을 조성할 예정이다.

송경섭 서울시 물관리국장은 "내년 봄이면 남산 실개천을 따라 흐르는 냇물에 시민들이 발도 담그며 휴식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며 "남산이 도심 속 생태공원으로 다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유미 기자 gatsb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