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철 환절기가 다가왔다. 이때는 맑은 콧물이 흐르고 코가 막히며 발작적인 재채기로 고생하는 알레르기 비염 환자가 늘어난다.

게다가 코 뒤편의 공간인 부비동에 염증까지 생겨 고름이 쌓이게 되면 흔히 말하는 축농증이 돼 집중력이 떨어지고 업무나 학습에 지장을 가져온다. 이환용 평강한의원 원장(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도움말로 양약이나 수술에 의존하지 않는 한방으로 하는 알레르기성 비염 및 축농증 치료법에 대해 알아본다.

한의학에서는 오장육부가 서로 연관되어 있다고 보기 때문에 코에 병이 생겼더라도 원인이 폐나 심장에 있으면 이를 정상화시키는 것을 우선시 한다. 체질을 개선해 막힌 기운을 뚫고 건강을 유지하는데 중점을 둔다. 실제로 문제가 발생한 다음에는 공기를 청정하게 하고 음식을 가리는 것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므로 면역력 강화와 체질개선에 나서야 한다.

한방에서 비염 및 축농증 치료에 주로 쓰는 약재는 유근피다. 느릅나무의 껍질로 코에 문제가 생겼을 때 잘 낫는다 하여 예부터 민간에서는 코나무로 불렀다. 이 약재를 물에 담그면 마치 콧물처럼 끈적끈적한 진이 흘러나온다. 이것이 고질적인 비염과 축농증을 낫게 하는 주성분이다. 느릅나무의 줄기껍질보다는 뿌리껍질에 약효가 많고 두꺼운 것일수록 효과가 좋다. 유근피는 콧병뿐 아니라 기침을 멈추게 하고 호흡기를 깨끗하게 해주며 위장병에도 효과적이다. 병든 부분을 없애 새롭게 회복시키는 역할을 하며 염증 완화에도 좋다.

동의보감에는 유근피에 살구씨,목련꽃봉오리,수세미 등을 첨가하면 코를 청결하게 하는 효과가 배가된다고 씌어있다. 이를 반영해 현대화한 게 요즘 한의원에서 많이 쓰이는 청비환이다. 증상이 심할 때면 한약 복용과 함께 마사지 안마 뜸 등을 병행하면 좋다.

대추혈을 지압하면 알레르기성 비염이 진정되는 것은 물론 감기 예방과 치료에도 좋다. 대추혈은 목을 앞으로 구부릴 때 목 뒤편에 잡히는 두 개의 튀어나온 혈자리다.

증상이 심하면 지압만 할 게 아니라 헤어드라이기로 대추혈을 따뜻하게 해주는 게 좋다. 1분가량 따뜻한 바람을 쏘이고 2~3분 동안 쉬는 것을 4~5회 반복하면 된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