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경위를 수사 중인 경남경찰청은 2일 오전 노 전 대통령이 투신한 봉하마을 뒷산(봉화산)에서 현장 검증을 실시했다. 현장 검증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전문가와 법의학 교수,경호관 등 모두 30여명이 참석했다. 유족 측에서는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김경수 비서관이 전 과정을 지켜봤다.

경찰은 이모 경호관이 인터폰 연락을 받고 사저로 이동해 노 전 대통령과 함께 사저를 나오는 장면부터 현장검증을 시작했다. 노 전 대통령이 사저를 나선 뒤 봉화산에 오르기에 앞서 마늘밭에서 주민 박모씨와 인사하는 장면과 산을 오르던 중 경호관에게 "힘들다 내려가자"고 말한 장면도 재연됐다. 그동안 이 경호관은 노 전 대통령이 내려가자고 말한 뒤 경호팀에 "내려가신다"고 무전을 했다고 진술했지만,현장 검증 과정에서 무전을 하지 않은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다.

또 부엉이바위 인근 이정표에서 노 전 대통령의 혈흔도 발견됐다. 이 혈흔은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던 노 전 대통령을 이 경호관이 어깨에 둘러메고 산 아래로 내려가는 도중에 피묻은 손으로 이정표를 잡으면서 생긴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은 부엉이바위에서 정토원까지 왕복하는 데 3분이 걸렸다는 이 경호관 진술에 일부 의문이 제기된 것과 관련,경찰관을 통해 재연한 결과 2분43초가 걸리는 점도 확인했다.

이날 회색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마스크를 착용한 이 경호관은 당시 상황을 묵묵히 재연하다 "부엉이바위에서 정토원을 오가며 노 전 대통령이 완전히 사라진 것을 알게 된 후에는 미칠 지경이었다"고 심경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을 발견했던 부엉이바위 아래에서 소리내 울다가 털썩 주저앉는 등 한동안 넋이 나간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별다른 질문 없이 재연 과정을 지켜 보던 문 실장은 이 경호관에게 발견 경위 등을 조목조목 묻기도 했다. 문 실장은 "(추락 이후) 30분 동안 방치하는 등 아쉬운 점은 많지만 경호원들도 경황이 없었을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이 자살하신 상황은 명백하다"고 말했다.

봉하마을=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