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대법원2부(주심 김지형 대법관)는 14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정태수(86) 전 한보그룹 회장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3년6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정 전 회장은 2003년 9월∼2005년 4월 경매 중이던 서울 대치동 은마상가 일부를 당시 며느리가 이사장으로 있는 강릉 영동대 학생 숙소로 임대하는 허위 계약을 맺고 임대보증금 명목으로 72억 원을 받아 횡령한 뒤 이 중 27억 원을 세탁해 은닉한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정 전 회장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지만 건강상 이유와 피해 금액을 갚으려고 시도하는 점 등을 감안해 법정구속하지는 않았다.그는 항소심 재판 중 일본에서 치료를 받겠다며 진료계획서 등을 첨부해 출국금지를 취소해달라는 집행정지신청을 했고 서울행정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자 해외로 나간 뒤 귀국하지 않고 있다.2007년 5월 출국후 키르기스스탄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항소심 재판부는 “임대차 보증금 명목의 돈을 송금할 당시 해당 건물은 기숙사로 사용할 수 있는 물적 시설이 전혀 갖춰져 있지 않았고 대학의 실무진은 이곳을 임차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며 1심보다 형량을 높여 징역 3년6월을 선고했다.

정 전 회장은 1991년 12월 수서지구 택지 특혜분양 사건으로 구속기소돼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1995년 특별사면됐다.그러나 석 달 만에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100억원을 준 사실이 밝혀져 다시 구속돼 1심에서는 징역 2년이 선고됐지만 항소심에서 공소시효 만료를 이유로 무죄를 선고받았고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정 전 회장은 1997년 한보사건으로 또 다시 구속돼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2002년 말 특별사면됐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