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철 대법관 재판개입' 사건 '후폭풍' 조짐

신영철 대법관의 재판개입 논란에 대해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가 `경고 또는 주의 촉구' 권고 결정을 내린 것과 관련, 일선 판사들이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공개적으로 신 대법관에게 사퇴를 촉구하거나 각급 법원에 판사회의 소집을 요구하기도 했다.

서울중앙지법 이옥형(39ㆍ연수원 27기) 판사는 11일 법원 내부 전산망인 코트넷에 `희망, 윤리위, 절망'이라는 글을 올려 "대법원 진상조사단의 결과 발표와 각급 법원의 의견수렴, 전국 법관 워크숍에서의 논의 등을 보며 작은 희망을 간직하기도 했지만 이제 `그러면 그렇지' 하는 냉소를 스스로에게 보낸다"고 밝혔다.

지난달 20일 충남 천안에서 열린 법관 워크숍에 이번 사건이 불거졌던 서울중앙지법의 대표로 참석했던 그는 글에서 "이용훈 대법원장이 지적한 것처럼 이 사건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하는데 그런 의지가 수뇌부, 행정처, 우리 자신에게 있는지 의문"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또 특정 사건을 특정 재판부에 집중 배당하면서 보석에 신중하라고 말하거나 재판을 신속히 하라고 언급하는 뜻을 일반인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 있지만 법관 사회는 무엇을 주문하는지 듣는 순간 안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법관은 사법부와 법관의 독립에 대한 부당한 간섭에 비타협적이어야 한다고 전제하고 "이런 요건을 갖추지 못한 대법관이 있다면 존경을 철회하겠다"고 신 대법관을 강하게 압박했다.

광주지법 목포지원 유지원(35ㆍ29기) 판사도 글을 올려 "결자해지 측면에서 신 대법관의 결단을 감히 부탁한다.

사법부가 더는 소모적 논쟁에 휘말리지 않게 하는 결단이 어떤 것인지 익히 알 것으로 믿는다"며 사실상 사퇴를 촉구했다.

아울러 윤리위와 대법원 진상조사단의 결과가 배치돼 판사들이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 만큼 이를 결정할 법관회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진보적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회장을 맡고 있는 부산지법 문형배 부장판사(44ㆍ18기)도 "내부자에 의한 재판권 침해를 용인한다면 외부의 침해를 막을 수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서울동부지법 오경록(39ㆍ28기) 판사는 "헌법 이념이 법원 내부에서도 무시당하고 있다"고 지적했고, 서울중앙지법 서기호(39ㆍ29기) 판사는 "대법원장이 읍참마속(泣斬馬謖)의 심정으로 모범을 보여야 한다.

신 대법관이 사퇴하지 않으면 징계 절차를 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서부지법 정영진(51ㆍ14기) 부장판사도 "윤리위가 징계와 관련한 처리를 미룬 이상 신 대법관 사태는 원점으로 돌아왔다"며 "판사회의 등을 통해 강력한 의견을 표명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글을 올리지 않은 서울의 한 판사는 "왜 그랬을까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솜방망이' 수준이다.

많은 판사가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지만 재판에 바빠서 의견을 공개적으로 내지 못하고 있을 뿐"이라고 전했다.

반면 한 고법 부장판사는 "개인적으로는 윤리위의 결정에 크게 무리가 없다고 본다"면서도 "젊은 판사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관건"이라고 촉각을 곤두세웠다.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이세원 기자 setuzi@yna.co.krsewon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