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익산시-업체 유착 수사 착수

"제가 이럴 줄 알았습니다.

부실 공사가 이뤄졌다고 시청에 여러 번 민원을 냈건만..."
전북 익산시 여산면에 사는 노모씨는 16일 국민권익위원회가 익산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 지역에서 진행된 상수도 매설공사가 부실하게 이뤄졌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사건을 경찰청에 넘겼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분통을 터뜨렸다.

올해초 익산시에 부실공사 의혹을 수차례 제기한 노씨는 "그동안의 맘고생을 말로는 표현할 수 없다"며 속내를 털어놨다.

시청에 마을 상수관 매설 도로를 보수해달라고 수차례 요청했지만 무시당했고, 심지어 공사 업체 관계자로부터 "나서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라는 협박까지 받았다는 것.
노씨가 안내한 여산면 원수리 A주유소 앞의 상수도관 매설 도로는 최근 보수한 흔적이 역력했다.

노씨는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조사에 나서니까 지난주 부랴부랴 시공업체에서 나와서 700∼800m 구간을 보수했다"며 "땜질 공사로 이뤄지다 보니 도로가 내려앉고 울퉁불퉁해 안전사고 우려가 있을 뿐 아니라 미관에도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보수공사를 하려고 걷어낸 것으로 보이는 폐(廢)아스콘(도로 포장재) 일부가 도롯가에 남아있었다.

두께는 3.5㎝에 불과했다.

이는 상수관 위에 아스콘을 5㎝ 두께로 깔아야 한다는 관련 법에 미달한 것이다.

이곳에서 7㎞ 떨어진 익산시 망성면 심곡사 입구 삼거리의 상수관 매설 도로도 한쪽이 4∼5㎝가량 움푹 패 언뜻 보기에도 사고 위험성이 커 보였다.

AI가 발생한 여산면과 망성면, 황등면 등 총 6개 면에 123.5㎞ 길이의 상수도관을 매설한 것은 지난해 11∼12월.
2006년과 2008년 두 차례에 걸쳐 고병원성 AI가 퍼져 2008년에만 닭과 오리 93만 마리를 이들 지역에 묻었는데, 침출수에 따른 지하수 오염이 우려되자 국비를 지원받아 공사했다.

하지만 겨울에 공사한데다 공사기간도 2개월에 불과한 탓인지 공사가 끝난 직후 부실시공을 둘러싼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이때마다 시는 "전체 공사비 117억원중 94억원을 국비에서 지원받았기에 그 해에 공사를 마무리 지어야 했다"고 겨울철 공사가 불가피했다고 해명했고, "민원이 제기된 일부 구간은 그때그때 시공업체가 보수하게 했다"며 문제 될 것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익산경찰서가 이 사건을 전면 수사하기로 함에 따라 부실시공 논란의 진상과 익산시와 업체의 유착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익산연합뉴스) 임 청 기자 lc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