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검찰수사 박수 받으려면
기자들은 "이 의원을 왜 조사 안 하느냐" "소환 계획은 없느냐" 등 질문을 쏟아냈고 홍 기획관은 "추 전 비서관이 청탁을 거절당했다는데 조사할 이유가 없다" "이 의원과 당시 통화한 사람들이 1200명에 이르는데 이들을 다 조사해야 하느냐"고 받아쳤다. 급기야 한 기자가 "추 전 비서관 진술의 신뢰성이 떨어지는 것이냐"고 질문하자 홍 기획관은 짜증섞인 표정으로 언성을 높이며 "진술의 신뢰성은 우리가 찾아가는 것이다"고 날카롭게 맞받아쳤다. 마치 '수사할 생각이 없는데 왜 등을 떠미느냐'는 느낌을 받게 했다.
검찰은 이번 '박연차 게이트'에서 거침없는 수사행보를 보이는 듯하다. 지난해 12월 박 회장을 구속한 후 민주당의 이광재 의원과 서갑원 의원,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등 노 전 대통령의 측근들을 대거 조사실에 불러 앉힌 데 이어 이제는 노 전 대통령 본인과 가족에게도 칼끝을 겨누고 있다.
그러나 현 정권 실세들의 수사에 있어서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추 전 비서관과 박진 한나라당 의원 외에는 칼집에서 칼을 꺼내는 모습조차 보기 힘들다. 이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천신일 세중나모여행사 회장은 수사 초기 때부터 '박 회장 구명'을 시도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지난 10일에야 출국금지 조치만이 내려졌을 뿐이다. 이 의원은 말할 것도 없다. "청탁을 거절당했다"는 추 전 비서관의 진술에만 의존해 본인을 조사조차 하지 않는 수사 행태에 국민들의 물음표는 늘어나고 있다. '죽은 권력' 보다 '살아 있는 권력'에 더 날카롭게 칼날을 들이댈 때 검찰은 진정 국민들의 박수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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