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 직원들 "기준이 뭐냐" 불만 제기
예상보다는 소폭...`용두사미' 비판도

경위급 이하 하위직 경찰관에 대한 특별인사가 8일 확정돼 9일 오전 발표됨에 따라 지난 2월부터 시작된 서울지역 경찰관 인사가 일단락됐다.

경찰 정기인사는 매년 2월과 7월 두 차례 시행되는데 4월 또다시 특별인사를 단행한 것은 경찰 역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다.

이번 조치로 한 경찰서에서 붙박이로 근무하면서 지역 업주들과 부적절한 인연을 이어오는 일부 경찰관의 일탈행위가 얼마나 근절될지 주목된다.

◇ 경찰 수뇌부 "고심의 산물" = 경찰과 안마방 업주 유착 의혹으로 촉발된 하위직 경찰관들에 대한 `물갈이 인사'는 1개월 이상의 고심 끝에 나온 산물이다.

경찰은 2월 말 서울 강남지역 경찰관과 안마시술소 업주의 `끈끈한 관계'가 잇따라 적발되자 강남지역 경찰서 장기 근속자를 대상으로 대규모 물갈이성 특별인사를 단행키로 했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라는 분석에 따른 것이었지만 문제가 생기면 무조건 부하들만 도마에 올린다는 직원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야 했다.

이에 강희락 신임 경찰청장은 "한꺼번에 수백 명의 직원을 바꾸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속도 조절에 나선 뒤 서울지역 서장 22명과 경정급 간부 274명에 대한 대규모 물갈이성 인사를 우선 단행하며 분위기를 조성했다.

"부하들만 탓한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던 셈.
경찰은 또 직원들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8년 이상 장기근속자'라는 애초의 전보 대상사 선정 기준도 비위 또는 징계 전력자, 의심자 등으로 한정했다.

경찰은 이같이 여러 단계에 걸친 사전작업을 거친 뒤에도 `수정'을 위해 수차례 인사 발표를 연기하는 등 고심을 거듭한 끝에 8일 오후 11시께 인사를 확정했다.

◇ "기준이 뭐냐" 반발..`용두사미' 비판도 = 경찰 수뇌부의 이런 고민이 녹아 있음에도 이번 인사에서 최우선 전보 대상이 된 강남지역 경찰관들은 "도대체 기준이 뭐냐"며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비위 징계 전력자'라는 기준은 그렇다 치더라도 `비위 의심자'나 `민원 다수 제기자' 등 그 밖의 다른 기준이 너무 애매모호하다는 것이다.

특히 강남서의 경우 지구대에서 '총무'를 맡았던 직원이 최근 검찰 수사에서 돈을 받아 동료들과 나눠 쓴 사실이 드러나면서 과거 총무 역할을 했던 직원들이 예외 없이 전출 명령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더욱 논란이 일고 있다.

한 경찰관은 "총무는 지구대의 잡다한 일을 맡아 처리하는 역할을 하는 자리"라며 "돈을 받은 것과 상관없이 무조건 총무를 했던 사람들을 전출시키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이런 점 때문에 `8년 이상 장기 근무자'라는 애초의 선정 기준보다 이번 인사 기준이 오히려 더 주관적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또 다른 경찰관은 "비록 이번 인사발령 대상자 464명에는 강제 전출자와 자원자가 섞여 있다고 해도 적어도 강남권에서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기는 경찰관은 `문제 직원'이라는 낙인이 찍힐 수 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반면 강남권 경찰서에서만 최대 600명, 서울 전체로는 1천명 이상의 대이동이 점쳐졌던 것과 비교하면 이번 인사가 경찰이 거듭 밝혀온 `인사 쇄신' 의지에 걸맞지 않게 `소폭'이어서 눈치보기에 급급해 용두사미에 그쳤다거나 유착 관계를 뿌리뽑기에는 미흡하다는 비판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준삼 기자 js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