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전문 수사자문위원 제도'가 시행된 지 1년이나 됐지만 막상 검사들이 이 제도를 외면해 활용 실적은 매우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9일 검찰에 따르면 전문 수사자문위원 제도는 첨단 산업이나 의료,지식재산권,국제 금융,자금 추적,회계 분석 등 전문 지식이 필요한 사건의 수사 과정에 해당 분야 민간 전문가를 참여시켜 수사의 정확성과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작년 1월22일 시행됐다.

제도 시행 이후 전문가로 등재된 인원은 80개 분야 793명.하지만 현재까지 이용 실적은 고작 10여 건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사의 전문성과 정확성을 확보한다는 이 같은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일선 검사들이 이 제도를 외면하는 속사정은 따로 있다.

이 제도가 전문 수사자문위원의 의견 진술이나 자문 내용을 피의자 측에게 알려 주고 반론 기회를 부여하도록 해 수사 진행 상황이 노출될 우려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범죄의 증거수집활동이 이뤄지는 수사단계에서는 아무래도 조심스럽다는 것.

대검찰청의 한 검사는 "형사소송법은 전문 수사자문위원의 의견 진술이나 자문 내용에 대해 피의자나 변호인에게 반론권을 부여하도록 하고 있다"며 "수사 중 피의자 측에 자문 내용을 알려 주면 그때까지 우리가 진행해 온 수사 상황이 수사 대상자 측에 노출되는 문제가 생길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실제로 대부분의 검사들은 관련 내용을 각종 유관 기관에 사실 조회하거나 사건과 관련된 전문가들을 참고인으로 소환 조사하는 기존 업무 방법이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검사는 "검찰의 경우 법원과 달리 국세청이나 금융감독원,특허청 등 유관 기관에 사실 조회를 할 수 있기 때문에 특별히 수사와 관련된 전문가의 도움이 그리 많이 필요하지는 않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