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이슬람 근본주의 무장 단체인 탈레반이 현지 주둔 한국군의 즉각 철수를 요구하며 한국인 21명을 납치했다.

이들은 자신들의 요구를 한국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한국인 인질 전원을 살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외교통상부는 20일 "한국인 여성 14명과 남성 7명이 납치됐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피랍자들이 경기도 분당 샘물교회 소속 자원봉사자 일행인 것으로 추정했다.

이들은 19일 오전(현지시간) 버스로 수도 카불을 출발,오후 5시께 남부 칸다하르에 도착할 예정이었으나 정오 이후 연락이 끊겼다.

로이터통신은 현지 경찰의 말을 인용,탈레반 무장 세력 수십명이 카불 외곽 카라바그 지역에서 한국인들이 탄 버스 한 대를 강제로 세워 22명을 납치했다고 보도했다.

현지인 통역 1명이 포함된 것으로 추정된다.

AP통신은 탈레반 대변인이 "한국인 18명을 현재 안전한 상태에서 조사하고 있으나 한국군이 내일 정오(한국시간 21일 오후 5시)까지 철수하지 않을 경우 모두 살해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외교부가 집계한 한국인 실종자는 21명인데 비해 탈레반이 밝힌 한국인 인질은 18명이다.

3명의 행방이 미궁이다.

외교부는 "아프간 정부와 지방 정부를 통해 행방을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노무현 대통령은 사건발생 직후 안보실 등 참모진으로부터 사건 발생 사실을 보고받고 "상황관리에 만전을 기하라.상황전개에 따라 보고할 일이 있으면 수시로 보고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도록 하라"고 지시했다고 청와대 관계자가 전했다.

정부도 납치단체가 한국군 철수 문제와 연계시키고 있는 부분을 예의주시하며 긴급대책마련에 나섰다. 아프간 주둔 동의·다산부대는 만반의 경호태세에 돌입했다.

아프간 정부도 특별대책반을 가동 중이라고 외교부가 전했다.

한국인 실종자는 배형규 목사(42) 등 샘물교회 소속 19명과 현지에서 합류한 기독교 단체 아시아문화개발협력기구(대표 최한우) 소속 2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일행은 지난 13일 출국했으며 칸다하르 힐라병원과 은혜샘 유치원(한국인 한정화씨 운영)을 방문하고 23일 귀국할 예정이었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