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영원한 현대맨입니다. 원치 않은 외도를 했던 현대맨이 현대로 돌아온 거죠."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 6월 홍보 담당 상무를 끝으로 현대그룹을 떠났던 송진철씨(60).현대를 떠난 지 10년 만에 그가 현대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현대엘리베이터 최고경영자로 화려하게 컴백했다.

송 사장은 지난달 30일 주주총회에서 현대엘리베이터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돼 지난 2일부터 업무를 시작했다.

송 사장은 1997년 퇴직할 때까지 24년을 현대건설에서 근무한 '정통 현대맨'.고려대학교 경영대학원(회계학 전공)을 졸업한 1973년 초 현대건설에 입사한 그는 직장생활 20년을 경리부,기획부에서만 근무한 재무통이다.

송 사장은 "지금 현대건설의 이종수 사장이 나와 같이 근무했던 기획부 출신"이라고 소개했다.

송 사장은 1993년 현대건설 홍보이사로 발탁돼 홍보 업무를 맡기도 했다.

그는 "당시는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이 대선에서 낙선해 현대그룹의 홍보를 강화하던 시절인데,위에서 나를 적임자로 선택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1997년 7월 제주도 다이너스티골프장을 운영하는 동산산업 계열의 동서관광개발 대표로 옮겨가면서 송 사장은 '영원한 보금자리로 알고 있던' 현대그룹을 떠났다.

이후 2000년 현대백화점의 외식사업 계열사인 현대지네트 사장을 맡아 2003년 말 은퇴한 뒤 최근 3년 넘게 현업에서 물러나 있었다.

이런 송 사장이 현대엘리베이터 사장으로 전격 기용되자 그 배경에 궁금증이 일고 있다.

송 사장은 "직장 생활할 때 이리저리 열심이 뛰어 다녔던 점이 긍정적 평가를 받지 않았나 싶다"고 자평했다.

현대엘리베이터 관계자는 "엘리베이터 업종은 건설업과 깊은 관련이 있다"며 "재무통 출신으로 건설업에 대해 식견이 높은 송 사장이 회사 매출 증대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현대그룹이 현재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현대건설 인수전에 대비한 포석으로 현대건설 출신인 송 사장을 기용한 게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해 송 사장은 "나중에 현대건설 인수전이 본격화하면 모를까 아직까지 나는 현대건설 인수 문제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강조했다.

현대엘리베이터 경영 전략에 대한 질문에 송 사장은 "취임한 지 이틀밖에 안 됐다.

아직 업무보고도 다 받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다만 유일한 토종 엘리베이터 업체로서 해외 엘리베이터 업체들과 경쟁하면서 독자적이고 특화한 영업을 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